아파서 소득활동을 하지 못해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닻을 올린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50건에 가까운 신청서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4건은 심사 후 수당이 지급될 예정이다.
주원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병수당추진단장은 지난 12일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상병수당제도의 취지는 예기치 못한 부상과 질병이 닥쳐왔을 때 소득활동을 하지 못해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라며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없는 질병 및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치료에 집중하도록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라고 밝혔다.
상병수당 제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증한 ‘아프면 집에서 쉬기’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감염병 확산 방지 및 단계적 일상회복의 안정적인 정착에 부흥하기 위해 이달부터 시행된 시범사업이다. 생계 걱정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아픈데도 무리하게 일을 해 질병이 악화되는 등 질병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해 빈곤층으로의 전락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36개국이 모두 도입해 시행 중인 상병수당 제도는 1969년 ILO(국제노동기구)가 상병급여협약에서 ▲경제활동인구의 75% 이상 대상 ▲보장기간 최저 52주 이상 ▲근로능력상실 전 소득의 60% 이상 보장 ▲대기기간 설정 가능 등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국민건강보험법에 부가급여로 명시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은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진행되며, 본 제도 도입 전 3년간의 단계별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운영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시행된다.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6개 시‧군‧구에 3개 모형을 적용하고,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지자체가 협조해 추진하게 된다.
모형1과 2는 입원 여부와는 상관없이 근로활동이 불가능한 기간동안 각각 최대 90일, 120일을 보장받고 수당을 지급받는다. 단, 대기기간은 모형1은 7일, 모형2는 14일로 차이가 있으며, 모형1은 경기 부천과 경북 포항, 모형2는 서울 종로와 충남 천안이 대상 지역이다.
두 모델과 다른 형태인 모형3의 경우 입원이 필수이며, 입원 및 그와 관련한 외래진료일수 만큼 수당이 지급된다. 대기기간은 3일로 짧은 반면 의료이용일수에 따른 수당은 최대 90일간 지급된다. 전남 순천과 경남 창원을 대상 지역으로 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거나, 협력사업장에 근무하는 취업자로, 지급금액은 올해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일 4만3,960원이다. 급여지급기간은 모형별로 근로활동이 어려운 전체기간(모형1,2) 또는 의료이용일수(모형3)에서 대기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이다.
주원석 상병수당추진단장은 “협력사업장은 지역별 105개 사업장을 지정했고, 해당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수당을 신청해 지급 전과정에 협조하게 된다”며 “모형1,2 지역에는 지난 8일 기준 240개의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확보했다. 의료기관용 운영 매뉴얼과 질환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고, ‘상병수당 시범사업 자문단’ 110명을 위촉해 의료인증 심사체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당을 신청할 때 필요한 진단서 발급 비용은 1건당 1만5,000원으로, 신청인이 진단서 발급 시 의료기관에 납부하면, 상병수당 지급 승인 시 건보공단에서 신청인에게 발급비용을 지원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한시적으로 환자 1인당 2만원의 연구지원수당을 지급한다.
주 단장은 “1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6개 지역의 현재 주민 수는 약 340만명이지만, 앞으로 1년간 해당지역에 전입을 하는 사람들도 신청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협력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자만 신청이 가능하지만,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 중이거나, 대한민국 국민인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그 배우자가 사망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직계존비속을 돌보는 사람,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도 대상자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어 “10일 기준 46건의 신청서가 제출돼 34건이 심사 중이며, 앞으로 상병수당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범지역 취업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도를 악용한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주 단장은 “상병수당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기간동안 실제로 근로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 사항인 만큼 신청 시 사용주로부터 근로중단계획서를 제출받고, 수당지급 전에도 사용주로부터 근로중단확인서를 제출받아 심사 후 지급할 예정”이라며 “필요 시 사업장 등을 방문해 근로중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단서는 질병의 중증도에 관계없이 최초 신청시 근로활동불가기간은 4주 이내로 제한했으며, 4주 이상의 신청이 필요한 경우는 의료기관에 재방문해 질병 경과와 상태를 다시 진단하고, 필요 시 연장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적으로 재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병수당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공단은 올해 신규 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위해 ‘아픈 근로자에게 소득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복지부 역시 올해 하반기 1단계 시범사업 평가 및 2단계 사업준비 과정에서 여러 소통채널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원석 단장은 “상병수당 만으로 사회보장제도의 공백을 채우기는 어려우며, 아플 때 쉴 수 있으려면 쉬는 기간의 소득지원은 물론 고용관계 개선, 사회적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시범사업 시행은 아픈 근로자 소득보장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3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여러 가지 변수를 분석해 의료계‧경영계‧노동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