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사태, ‘스푸트니크’ 백신 심사 중단…국내 백신사업 타격
휴온스글로벌‧한국코러스, 백신 사업 차질 및 장기적 사업 추진 난항 관측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4-26 06:00   수정 2022.04.26 08:49
▲2020년 국내 제약기업 러시아 수출액 및 매출액 대비 비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긴밀하게 추진하던 국내 백신 관련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국내 컨소시엄이 WHO‧EMA의 잇따른 백신 심사 중단에 따라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브리프 354호 보고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보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이 축소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기업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규모는 크지 않으며, 수출기업의 수도 적어 타산업 대비 단기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대 러시아 의약품 수출액은 약 1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의약품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20년 러시아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제약기업은 14개로, 기업들의 규모도 의료기기, 화장품보다 큰 편에 속하는 데다, 기업별 매출액에서 러시아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비해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러시아와 긴밀하게 추진 중이던 백신 관련 사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휴온스 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과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이수앱지스, 큐라티스, 보령바이오파마, 제테마) 등 국내 2개 컨소시엄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에 대한 위탁생산(CMO)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심사가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전세계 첫 코로나19 백신으로 2020년 8월 러시아에서 승인됐으나 WHO‧EMA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휴온스 글로벌 컨소시엄은 시제품 생산 단계에 있었지만 지난달 10일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비우호국가로 지정하고 각종 국제사회 제재에 따라 사업 지속성 우려로 위탁생산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진흥원은 휴온스가 위탁생산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고,이수앱지스도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은 상업생산물량을 러시아가 아닌 최종 목적지로 출하하는 등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WHO‧EMA의 평가 중단, 국제적 보이콧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WHO는 항공편, 신용카드 사용 등 기술적 문제로 인해 스푸트니크V 평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EMA도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평가 절차를 보류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로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우크르라이나 의약품 수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액 대비 비중은 40위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러시아는 의약품 수입 비중이 56.3%에 달하며, 바이엘, GSK 등 글로벌 제약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약품 수출액은 각 약 1억 달러 및 약 2,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의약품 수출액 99억1,5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0%, 0.2%로 매우 낮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도별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약품 수출액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14개사로, GC녹십자(67.5%)와 한미약품(9.4%), 한독약품(3.3%)이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 관계자는 “보건산업의 경우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무역 비중이 크지 않고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및 철강 등 기간산업에 비해 기업들의 교역 규모도 크지 않아 국가적 관점에서는 영향이 작을 수 있다”면서도 “국내 보건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대부분 기업이 영세하고 수입의존도가 높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내 사업 중단 및 환율, 유가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의약품의 경우 기업 규모 대비 수출액 비중이 매우 적어 단기적 영향은 적겠지만 임싱시험, 유럽진출 등 중장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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