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고지혈증(高脂血症) 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한 싸움이 본격 점화될 전망이다.
FDA가 아스트라제네카社의 새로운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와 관련, 오랜 논란 끝에 12일 高콜레스테롤혈증, 과중성지방혈증, 이상지혈증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약물로 미국시장 발매를 허가했기 때문.
이로써 '크레스토'는 현재 세계 최대의 베스트-셀링 처방약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화이자社의 '리피토'에 강력히 도전장을 던질 수 있게 됐다. '크레스토'는 또 머크社의 '조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의 '프라바콜', 노바티스社의 '레스콜' 등과도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社와 아스트라제네카社는 이날 '리피토'와 '크레스토'의 향후 마케팅 전략과 이에 따른 지출비용 규모 등에 대해 언급을 유보하며 벌써부터 서로를 의식한 신경전에 들어간 듯한 인상을 풍겼다.
화이자의 '리피토'는 지난해 79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머크의 '조코'(56억달러)와 함께 전체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시장의 68%를 점유하고 있는 쌍끌이 품목이다.
아스트라제네카社의 톰 맥킬롭 회장은 이날 "우리는 '크레스토'가 미국시장 발매를 허가받은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이 약물이 수 백만명의 환자들에 의해 중요한 치료제로 선택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밀리 데니 대변인은 "앞으로 3주 이내에 '크레스토'가 미국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약이 FDA의 허가를 취득한 후 실제로 시장에 데뷔하기까지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 그 동안의 통례였음을 감안할 때 '크레스토'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발매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측은 영업인력의 확충을 통해 현재 250억달러 규모의 거대마켓을 형성하고 있는 콜레스테롤 저하제 시장에서 일반개원의를 대상으로 '크레스토'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방침으로 있다.
또 환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의 전개를 병행한다는 복안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社의 조안 스튜어트 클라크 애널리스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크레스토'의 발매를 위해 10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핵심품목이었던 항궤양제 '로섹'의 특허가 만료된 이래 4분기 연속 이익감소를 기록했을 만큼 값싼 제네릭 제형들에 시장을 잠식당해 왔던 형편이다. 따라서 후속 간판약물의 출현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입장. 그리고 '크레스토'는 바로 '로섹'의 뒤를 이을 적자(適者)로 기대를 모아 온 약물이다.
올들어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가 11% 상승한 것도 '크레스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을 정도다. 이 약물이 미국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시장에서 상당한 몫을 점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어 왔기 때문.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고 있는 20개 유럽 제약기업들의 평균 주가지수가 올해 3.9%가 뒷걸음질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크레스토'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아스트라제네카가 '크레스토'의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투자를 감수할 전망이어서 이익규모가 13% 정도 감소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로섹'의 직계 후속약물인 속쓰림 치료제 '넥시움'을 발매한 이래 미국시장 영업인력의 규모를 6,000명선으로 50% 가까이 확충한 바 있다. 또 '넥시움'의 마케팅 비용으로 10억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을 과감히 투자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크레스토'의 조기 시장정착을 위해 10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광고시장 조사기관인 TNS 미디어 인텔리전스/CMR社의 통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01년 '넥시움'을 발매한 이래 직접적인 광고비용으로만 4억79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힘입은 듯, 지난 2001년 5억6,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넥시움'은 지난해 19억달러로 일취월장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데이터모니터社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서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복용을 필요로 하는 인구수는 약 5,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실제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