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성인층 겨냥한 백신시장 갈수록 확대
"10세 이전 예방접종 완료" 잘못된 인식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7-30 17:50   수정 2003.07.31 18:32
홍역, 소아마비 등 많은 소아질병들은 오늘날 어린이들에 대한 정기(routine)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극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 필요한 백신은 10세 이전에 다 접종받았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제 과학자와 백신 메이커들은 10대 청소년층과 20대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질병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벤티스 파스퇴르社의 마이클 데커 의학담당 부회장은 "청소년층을 겨냥한 백신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부모들은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서 적어도 2~3개월마다 한번씩은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오는 2010년 이전에 개발이 완료될 새로운 백신제품들이 속속 출현하면 10대 청소년층의 병원출입도 거의 일상적인(routine) 일이 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데커 부회장은 "현재 질병관리센터(CDC)의 승인에 따라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은 13세 전후로 맞아야 하는 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0년 이전에 최소한 4종의 새로운 백신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접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데커 부회장은 전망했다.

그는 또 관련 메이커들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들 가운데 막바지 단계가 진행 중인 케이스로 백일해 백신, 개량형 수막염 백신, 헤르페스 백신, 경부암(頸部癌)의 원인으로 꼽히는 유두종(乳頭腫) 바이러스 백신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CDC에 다양한 자문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예방접종실무자문위원회(ACIP)는 청소년 예방접종 소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활동의 중요성과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

소위는 정기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편입시켜야 할 새로운 백신의 종류와 적절한 예방접종 권고 연령층 등을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CDC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책임자 월터 오렌스타인 박사는 "이제껏 11~12세 안팎의 어린이들에게 인플루엔자, 수두, B형 간염 등의 예방백신을 접종시켰던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10대 청소년층으로 성장한 뒤에도 새로운 백신을 접종시켜야 한다고 설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피력했다.

펜실베이니아州 소재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전염병과장으로 재직 중인 소아과의사 폴 오피트 박사는 "15~19세 사이의 청소년들 중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전체의 5% 남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피트 박사는 "대부분의 청소년들과 성인들이 그들이 평생 필요로 하는 예방접종을 10세 이전에 마쳤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어스社의 피터 파라디소 박사는 "아마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性 감염성 질병들을 예방하는 백신을 접종시키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밝혔다. 性 감염성 질병들은 현재 다수의 백신 메이커들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분야이다.

데커 부회장은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 이전에 접종되어야 한다"며 "性 감염성 질병들도 이로부터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청소년 시절에 性 감염성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는 것.

美 국립 알러지·감염성질환연구소(NIAID)에 따르면 12세 이상의 여성들 가운데 생식기 대상포진(herpes)에 감염된 비율은 25%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는 7,500여명의 여성들을 피험자로 참여시킨 가운데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락소의 마틴 와서먼 박사는 "현재 18~30세 사이의 여성들만이 참여한 가운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좀 더 연령대가 낮은 피험자들도 연구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백신이란 일찍 접종받았을수록 훨씬 효과적인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오렌스타인 박사는 청소년층과 젊은층에 대한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걸림돌로 작용할 요인으로 단연 비용문제를 꼽았다.

과거에는 백신을 접종받는데 적은 비용부담이 뒤따랐을 뿐이지만, 현재 메이커들은 엄청난 예산을 투자한 가운데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임상시험, 제조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새롭게 발매되어 나올 백신들은 50달러 이상의 고가제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머크社의 백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아델 마무드 회장은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기존의 치료제들에 대해 나타내는 내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결코 질병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 없고, 또 항생제 등으로 치료하는 데만 안주해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마무드 회장은 또 "소아들에 다발하는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접종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며 "지금은 청소년층이나 성인층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확대가 적극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