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신약 개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암제 임상 개발 효율성 의문 vs 벤처캐피탈 자본 지속 투입
이종운 기자 new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3-04 18:12   수정 2021.03.05 18:08
지난 10년간 미 FDA 약물허가신청(NDA)과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BLA)으로 파악된 총 1만2728건의 임상 개발 이행(transition) 중 종양질환 분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나 개발 이행 비중이 다른 질환군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1상에서 허가로 귀결되는 확률은 비(非)종양질환군보다 현저히 낮고 개발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암 연구의 고난이도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항암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점점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지만 벤처캐피탈 규모의 절반 가까이가 이 분야에 투입되는 등 시장의 기대심리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미국 바이오산업 협회(BIO), 인포마 파마 인텔리전스, QLS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1-2020년 임상 개발 성공률과 기여 요인' 보고서는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의약품 후보물질 개발의 성공률을 측정하고 이에 기여하는 요인을 파악하는 목적으로 분석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기술했다.  

보고서는 2011년 1월 1일부터 2020년 11월 30일까지 10년 간 FDA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개발을 주도한 1779개 제약바이오 기업의 프로그램 9704건에서 파악된 총 1만2728건의 이행을 분석했다.  여기서 이행은 임상 1상에서 NDA·BLA 루트로 품목허가결정을 받기까지의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결과를 의미한다.  예로 1상에서 2상으로의 진입, 1상 종료 후 기업의 개발 보류 및 중단 결정 등이 포함된다.

종양질환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성공여부 측정은 '이행 성공률'과 '허가승인 가능성(LOA)'이라는 수치로 분석됐다.  이행 성공률은 1상, 2상, 3상, NDA·BLA 허가심사신청으로 이어지는 4단계 개발과정에서 파악된 모든 유형의 이행 결과와 그 중 상위단계 진입 등의 성공적인 이행 결과를 선별하는 방법으로 산출됐다.  LOA는 4단계 개발 과정에서 각 단계별 이행 성공률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출됐다.


종양질환과 비종양질환군의 이행 성공률을 비교했을 때 종양질환의 1상, 2상, 3상 이행 성공률은 비종양질환군과 모든 적응증의 이행 성공률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특히 3상 이행에서 종양질환 이행 성공률(47.7%)은 비종양질환군(61.3%)과 13.6%P라는 격차를 보였다.  다만 4단계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종양질환의 이행 성공률(92.0%)이 비종양질환군(90.2%)과 모든 적응증(90.6%)보다 근소하지만 높게 나왔다.

이와 같은 현상은 LOA 분석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임상 초기부터 품목허가승인까지 이어지는 '성공적 완주' 개념의 임상 1상-허가승인 가능성(1상-LOA)을 보면 비종양질환군 9.3%(n=8549), 종양질환 5.3%(n=4179)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다시 말하면 NDA·BLA 루트로 FDA 허가를 받는 비종양질환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이 종양질환보다 두 배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종양질환 후보물질을 크게 고형암과 혈액암의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고 추가적으로 면역항암제에 대한 하위분석도 일부 포함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고형암과 혈액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면역 체계를 활용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이에 면역항암제가 최초로 FDA 허가를 받았고 조사 기간 동안 후보물질의 총 이행은 679건에 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혈액암, 고형암, 면역항암제의 이행 성공률을 비교하면 1상, 2상, NDA·BLA 허가심사신청 이행 단계에서 면역항암제의 이행 성공률이 가장 높았다.  2상 이행의 경우 면역항암제 이행 성공률은 40.2%(n=244), 고형암은 23.4%(n=1261)로 두 배 가까이 격차가 났다.  임상 3상에서는 혈액암의 이행 성공률이 면역항암제보다 10%P 이상 높았다. 

면역항암제의 1상-LOA, 2상-LOA, 심사-LOA 분석 결과는 혈액암, 고형암의 가능성 결과보다 높게 나왔다.  이행 성공률 분석처럼 임상 3상에서는 혈액암의 성공 가능성(3상-LOA)이 가장 높았다.  특히 면역항암제의 성공적 완주 가능성(1상-LOA)은 12.4%(n=679)로 혈액암 7.5%(n=1094), 고형암 4.6%(n=2982)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종양질환 후보물질의 성공여부는 적응증 분류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예로 췌장암 적응증의 성공적 완주 가능성(1상-LOA)이 1.1%(n=275)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인 반면 소화기암 적응증은 15.2%(n=33)라는 놀라운 성적을 과시했다.  적응증에 따라서 무려 15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아울러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사전 특정(pre-selection)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임상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로 최근 10년간 종양질환에서 비(非)표적치료제 개발은 감소한 반면 표적치료제와 바이오마커 활용은 증가했다.  

덧붙여 후보물질의 치료적 접근방식(모달리티)도 임상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로 PD-1, PD-L1 모달리티 계열의 면역항암제는 성공적 완주 가능성(1상-LOA)이 23.9%라는 실로 놀라운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단클론항체 모달리티의 완주 가능성(1상-LOA)도 5.9%(n=935)로 종양질환 평균 5.3%보다도 높다.


종양질환의 임상 개발 기간에서는 종양질환만의 고유 특성이 드러났다.  총 임상 개발 기간은 10.3년으로 모든 적응증 평균인 10.5년과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4단계 분석에서 1상 이행 기간은 2.7년으로 가장 길었고 NDA·BLA 허가심사신청 이행은 0.8년으로 가장 짧았다.  

설명으로 항암제 개발사는 1상 단계에서 동일한 유전적 변이를 가진 환자들을 암종과 관계 없이 모집하는 '바스켓' 설계를 주로 활용하면서 1상의 연장 이행으로 후보물질의 잠재적 유효성과 다양한 적응증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FDA는 예측 가능한 평가종료점, 실시간항암제검사(RTOR) 등 미충족 치료 수요를 해결하는 항암 신약의 신속한 출시를 지원하는 규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게놈(genome) 기술의 발전, 암 생물학과 암 세포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지식기반 향상, 허가승인심사 단축과 신속허가를 포함하는 규제 환경의 진화로 종양질환 임상 개발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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