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넘버3' 거대 생명공학기업 출범
바이오젠·IDEC 통합 단행 합의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6-24 18:42   수정 2003.06.24 23:46
미국의 중견 바이오테크 업체 바이오젠社(Biogen)와 IDEC社가 통합을 단행키로 합의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로 탄생될 '바이오젠 IDEC社'는 암젠社와 제넨테크社에 이어 미국 3위의 거대 생명공학기업으로 새 출발을 예고하게 됐다.

계약조건에 따라 IDEC측은 1 대 1.15의 비율로 바이오젠측 주식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발표당일 마감시세로 환산하면 주당 42.50달러에 해당되는 수준.

총 64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양사의 통합은 단기 성장전망이 낙관적인 편인 IDEC와 축적된 R&D 경험 및 국제적인 마케팅망을 갖춘 바이오젠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성사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RBC 캐피탈 마켓 증권社의 생명공학담당 애널리스트 제니퍼 차오는 "양사가 계속 독자경영을 유지할 경우 중견급 레벨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볼륨을 좀 더 키우고, R&D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데 이해가 맞아떨어짐에 따라 통합이 성사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발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넨테크가 IDEC를 인수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올여름 유망한 크론병 치료제의 발매가 예견되고 있는 바이오젠측이 스스로를 평가절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도이체 방크의 데니스 하프 애널리스트는 "결국에는 양사의 통합이 재정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투자자들이 깨닫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젠과 IDEC측은 이번 합의와 관련, "완전히 공평한 관계에서 단행되는 통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본사는 매사추세츠州 캠브리지에 두게 될 것이며, 바이오젠의 최고경영자 제임스 멀렌이 CEO직을, IDEC의 윌리암 H. 래스테터 회장은 대표이사직(executive chairman)을 각각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양사의 통합은 2003년 들어 미국의 생명공학업계에서 지금까지 성사된 것으로는 최대 규모의 빅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양사의 통합은 또 미국 생명공학업계에서 지난해 7월 암젠社(Amgen)가 이뮤넥스社(Immunex)를 100억달러에 인수했던 사례에 뒤이어 역대 2위 규모의 대형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생명공학업계는 R&D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메이커간 M&A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美 카이론社(Chiron)가 영국의 백신업체 파우더젝트社(Powderject)를 8억7,000만달러에 인수한 것과 4월 초 노바티스社가 아이데닉스社(Idenix)를 인수한 것 등은 대표적인 케이스들.

바이오젠과 IDEC는 양사 모두 항암제와 자가면역계 장애 치료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업체들이다. 지난해 매출실적은 바이오젠이 11억5,000만달러, IDEC는 4억400만달러.

그러나 바이오젠의 경우 대표품목으로 꼽혀 온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애보넥스'(Avonex)가 지난해 세로노社의 '레비프'(Rebif)가 발매되면서 첨예한 경쟁에 직면해 있어 돌파구가 요구되어 오던 형편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1월 발매된 건선 치료제 '아메비브'(Amevive) 또한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반면 IDEC는 항암제 '리툭산'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이른바 '스마트 미사일型' 항암제로 알려진 비 호즈킨성 림프종 치료제 '제발린'(Zevalin)으로 다시 한번 도약이 기대되고 있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통합으로 올해 19억달러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임은 물론 오는 2005년까지 FDA의 허가를 취득한 5개의 신약을 확보하고, 1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통합을 통해 15억달러의 R&D 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밑거름 역할을 수행하리라는 것. 게다가 오는 2007년까지 5억달러에 가까운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젠측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피터 켈로그는 "양사의 통합은 원 플러스 원이 투에 불과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통합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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