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안전성·부작용 이슈를 조망하는 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가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상정 예정인 첩약급여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회장 박중원)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에서는 2020년 10월에 한방 첩약의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2021년부터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국민 건강으로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보건의료 정책은 나눠먹기식 경제논리보다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보험급여 추진 여부는 약물의 효용성, 안전성, 그리고 비용-효과 경제성, 3가지 측면을 가지고 결정돼야 하는데, 한방 첩약 급여화는 이러한 3가지 측면을 도외시하고 정치적인 측면만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약과 신의료기술은 엄격히 통제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하여 시판허가를 받게 되고 비용-효과 측면의 경제성 평가를 고려하여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한방 첩약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생성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학회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 하지 않은 첩약 급여화 결정은 근거기반 의학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우리나라의 교육, 경제, 국방, 의료 등에서 정상적인 운영의 근간이 되는 각 분야 전문가의 학술적인 연구결과에 바탕으로 한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공무원과 정치인이 모여 앉아 단기적인 안목만으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국민 건강에 대한 위해와 건강보험재정 고갈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안건을 관련 학회 및 직능업계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언급할 수 밖에 없다"면서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의약학계와 이를 추진하는 한의학계를 적대적인 관계로 만들어 의료일원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정부는 이 두 의료영역을 갈라놓기보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회는 이번 건을 계기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정부와 한의학계에 주문했다.
학회는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의 약학자 투유유는 전통 한약재로 사용되던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약인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해 말라리아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며 "우리 한의학계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한의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많은 한의학분야 연구자들이 열심히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렇게 도출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료행위가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의학계와 한의학계가 함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진료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섣부른 첩약의 급여화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저해할 뿐"이라며 "첩약을 급여화 하는 논의 이전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