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눈 돌리는 해외 DTC 유전자분석 기업
23andMe, 스페인 제약기업에 후보물질 기술이전…DTC 기업 첫 사례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2-27 06:00   수정 2020.02.27 06:01
최근 해외에서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분석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신약개발로 전환하고 있어 주목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BioINwatch에 따르면, 미국의 DTC 유전자 분석기업 23andMe는 올해 1월 자체 개발한 염증성질환 후보물질의 개발 권리를 스페인 제약회사 알미랄(Almirall)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3andMe는 대표적인 DTC 유전자 분석기업으로 소비자가 소량의 타액 샘플을 보내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유방암 등 10개 질환에 대한 위험도 예측 서비스, 약물 민감도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제공했다.

현재까지 1,000만명 이상의 고객이 23andMe 유전자 분석 키트를 구매했으며, 고객의 80% 이상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신약개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했다. 이에 따라 23andMe는 20억개 이상의 유전자형 정보와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했다.

지난 2015년 23andMe는 수집된 유전자정보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발굴된 후보물질의 임상개발을 위해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23andMe 치료부문(23andMe Therapeutics)을 설립했다.

23andMe 테라퓨틱스는 종양학, 호흡기 및 심혈관질환 등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인터루킨-36(IL-36) 사이토카인 패밀리를 차단하는 이중특이성 단일클론항체를 개발했다.


해당 항체는 다양한 피부질환을 포함해 자가면역질환 및 염증성질환과 관련된 인터루킨-36(IL-36) 사이토카인 서브패밀리에 속하는 3개 동형단백질(Isoform)을 모두 차단하는 항체로, 전임상시험을 수행한 상황이다.

23andME는 이를 올해 1월 9일 스페인 제약기업 알미랄(Almirall)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알미랄은 해당 후보물질을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대해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유전자 분석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수출한 최초의 사례로, 대규모 유전자분석 결과가 신약개발로 이어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23andMe와 같은 유전자 분석기업들은 기존에 확보한 대규모 유전자 데이터를 신약개발 등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3andMe는 앞서 2018년 글로벌 빅파마인 GSK와 자사의 고객 유전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는데, GSK는 3억 달러(약 3,539억원)를 투자하고 4년간 독점적으로 23andMe의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해 공동연구로 신약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아이슬란드 유전자 분석기업 디코드 지네틱스(deCODE Genetics), 영국의 바이오뱅크(Biobank), 핀란드의 FinnGen 프로젝트 등도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유전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 23일에는 23andMe의 유전자 분석 키트 판매가 급감하면서 14%의 직원(1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는데, 감원 조치는 회사 전체에 해당하지만 GSK와 파트너쉽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치료 사업부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표명한 바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3andMe CEO인 앤 보이치키(Anne Wojcicki)는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으나, 경기침체 우려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을 언급했다"며 "고객들은 자신의 건강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법 집행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증가해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돼 현재 4개 기관(랩지노믹스, 마크로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테라젠이텍스)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검사항목은 제한적이다.

검사가 가능한 항목은 최근까지 비타민C농도, 콜레스테롤 등 12개 항목이었는데, 올해 2월 17일부터 고시 개정으로 56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영국·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질병예측, 유전질환 보인자, 개인특성, 약물유전체, 웰니스 모든 영역에서 DTC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점과 비교해볼 때에 아직까지 제한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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