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社는 자사의 정밀의학 항암제 ‘비트락비’(Vitrakvi: 라로트렉티닙)이 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발매를 승인받았다고 23일 공표했다.
이에 따라 ‘비트락비’는 신경영양 티로신 수용체 인산화효소(NTRK) 유전자 융합을 나타내는 소아 및 성인 고형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유럽 각국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비트락비’의 사용대상은 종양이 국소진행성, 전이성을 나타내거나, 절제수술을 진행했을 때 중증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과 만족할 만한 치료대안이 부재한 환자들이다.
동종계열 최초 경구용 티로신 수용체 인산화효소(TRK) 저해제의 일종인 ‘비트락비’는 NTRK 유전자 융합을 나타내는 종양들을 치료하는 약물로 설계된 항암제이다.
특히 EU에서 종양을 불문하는(tumor-agnostic) 적응증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한 항암제는 ‘비트락비’가 최초이다.
‘비트락비’는 중추신경계 종양을 포함해 TRK 융합 암(TRK fusion cancer)을 나타내는 소아 및 성인환자들에게서 높은 반응률 및 지속반응을 발휘한 것으로 입증됐다.
지금까지 ‘비트락비’는 미국 뿐 아니라 브라질과 캐나다 등에서 발매를 승인받았다. FDA의 경우 지난해 11월 ‘비트락비’의 발매를 승인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 부속 푼다시온 히메네스 디아즈 대학병원의 헤수스 가르시아-폰시야스 교수(종양학)는 “EU 최초로 종양을 불문하는 항암제가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이제 유럽 각국의 의사들은 맞춤 치료제의 성격과 거리감이 있는 치료제들을 NTRK 유전자 융합을 나타내는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설계된 정밀의학 치료제들로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NTRK 유전자 융합을 나타내는 종양은 희귀암에 속하지만, 소아 및 성인환자들에게 모두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데다 종양의 유형에 따라 발암빈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가르시아-폰시야스 교수는 “항암화학요법제 또는 면역 항암제 등과 같이 현재 TRK 융합 종양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들의 경우 효능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위중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따라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비트락비’가 허가됨에 따라 환자들의 연령대와 종양이 발생한 체내 부위와 무관하게 TRK 융합 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빠르고, 탄탄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일관되면서 관리할 만한 안전성 프로필을 내포한 항암제로 환자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가르시아-폰시야스 교수는 의의를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성인환자들을 충원해 진행되었던 임상 1상 시험, 청소년 및 성인환자들을 피험자 그룹으로 등록한 가운데 수행된 임상 2상 ‘NAVIGATE 시험’ 및 소아환자 대상 임상 1상 및 2상 ‘SCOUT 시험’ 등 총 102명의 피험자들로부터 도출된 통합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이번에 ‘비트락비’의 발매를 승인한 것이다.
이들 시험에서 ‘비트락비’로 치료를 진행한 그룹은 72%에 달하는 총 반응률을 나타내 일차적 시험목표가 충족됐다. 16%의 환자들이 완전반응이 나타났으며, 55%에서 부분반응을 보였다는 의미이다.
또한 원발성 중추신경계 종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추가분석에서 15%의 완전반응률과 51%의 부분반응률을 나타내 67%의 총 반응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통합 일차적 분석에서 분석시점 당시까지 평균 반응지속기간과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이 도출되지 않아 기대치를 더욱 증폭시키게 했다.
반응기간을 보면 1.6개월에서 38.7개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 가운데 반응을 보인 75%의 환자들에게서 반응기간이 12개월 이상으로 도출되었음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치료착수 후 1년차 시점에서 일차적 분석대상에 포함되었던 환자들의 88%가 생존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트락비’의 안전성은 NTRK 유전자 융합을 나타내는 12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수반된 부작용의 대부분이 1급 또는 2급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전반적으로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이 관찰됐다. 약물치료와 관련해 발생한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피험자들의 비율은 3%에 불과했다.
TRK 융합 종양은 전반적으로 희귀하게 나타나는 암이어서 유럽 전역에서 연간 발생하는 환자 수가 수 천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RK 융합 종양은 NTRK 유전자가 다른 관련이 없는 유전자와 융합할 때 발생해 변이 TRK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변이된 단백질 또는 TRK 융합 단백질은 과도한 활성을 나타내거나 과다발현되어 연쇄적인 신호전달(signaling cascade)을 촉발하게 된다.
변이된 TRK 융합 단백질이 종양발생 촉진인자로 작용해 발암 무위와 무관하게 환자에게 나타난 암의 전이와 성장이 가속된다는 의미이다.
경구용 고도선택적 TRK 저해제의 일종인 ‘비트락비’는 폐암, 갑상선암, 흑색종, 위장관 기질종양(GIST), 대장암, 연조직 육종, 침샘암 및 유아 섬유육종 등 29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고형암 조직을 확보한 가운데 착수되었던 임상시험례들을 통해 효능이 평가됐다.
그 결과 ‘비트락비’는 원발성 중추신경계 종양 뿐 아니라 뇌 전이를 동반한 환자들에게서 괄목할 만한 효능이 입증됐다.
바이엘社 제약사업부 이사이면서 항암제 전략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라카제 대표는 “EU에서 TRK 융합 종양을 나타내는 소아 및 성인환자들을 위해 설계된 동종계열 최초 약물인 ‘비트락비’가 허가를 취득한 것이야말로 암과의 싸움에서 의미깊은 진일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양이 발생한 발암부위가 아니라 종양의 전이와 성장을 유도하는 발암 촉진인자를 타깃으로 작용하는 항암제가 바로 ‘비트락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라카제 대표는 뒤이어 “현재 암 치료는 패러다임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며 “정밀의학 항암제 시대가 열림에 따라 우리는 ‘비트락비’와 같은 현실적인 치료제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세계 각국의 환자 및 의사들에게 가치(value)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TRK 유전자 융합 또는 TRK 융합 단백질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형광 핵산 손성화법(FISH), 역전사 폴리머라제 연쇄반응법(RT-PCR) 및 면역조직화학법(IHC)을 포함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비트락비’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하는 데 적합한 환자들을 종양에서 NTRK 유전자 융합이 나타나는지 유무를 검사해 선별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