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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은 출구가 아니다. 입구다. 여기서 '기술성 평가' 통과는 첫 문을 여는 중대한 일이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는 강조했다. "기술성 평가가 강화된 게 아닙니다. 원래부터 강했습니다."
그의 지적은 단순히 통과 여부에 있지 않다. 평가 항목의 해석, 준비 과정에서의 전략, 한방이 터질 때까지 버팀과 처절한 실행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문서로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데이터를 기본으로 사업화 실행 계획, 재무 운용 전략까지 입체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도 결국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변정훈 대표를 다시 만났다. 앞서 '바이오헬스케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데 이어, 이번에는 그 핵심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지난 4월 출범한 기술특례상장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단순 문서 지원을 넘어 기업의 상장 가능성을 높이는 '사업화 전략 중심 컨설팅'을 내세운다. 기술성평가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되, 이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상장 전략 수립을 목표로 한다.
회사를 이끄는 변정훈 대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10년간 재직하며 20개 이상 제약·바이오·의료기기·디지털헬스·AI·소부장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맡았던 실무 전문가다. 상장 구조와 제도적 한계, 평가기관 운영 방식, VC 생태계까지 기평 제도의 전후 단계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기술성 평가, 다른 산업군과 정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십니까?
절차와 항목은 같습니다. 기간은 6주. 지표는 18개. 두 개 평가기관에서 A & BBB 이상을 받아 예심으로 갑니다. 달라 보이는 건 해석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지표는 하나인데, 평가기관과 심사위원의 뉘앙스가 다릅니다. 결과를 받는 기업의 해석도 또 다릅니다. 여기에 시장의 소문과 정보 교란이 겹치면서 "바이오는 유독 엄격하다"는 인식이 생겼죠.
하지만 원칙은 하나입니다. "이 회사가 상장 후 5년 안에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가." 기평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을 보는 절차입니다.
최근 기술성 평가가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A·BBB로 통과해도 정작 상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까지 있습니다.
제도의 틀은 2005년 도입 취지 그대로입니다. 저는 '강화됐다'기보다 '원래부터 강했다'고 봅니다. 지표의 수가 변동된 적은 있지만 뼈대는 기술성과 시장성이라는 두 축입니다. 다만 과거에는 제도가 낯설고 업황이 과열되다 보니 상장 후 성과가 미진한 기업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현장에서 질문이 더 촘촘해졌고, 그 결과 체감상 강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A·BBB는 최소 통과선이며, 낮은 점수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사업 모델과 실행력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등급 조합은 평가기관의 시각 차이일 수 있으며, A·BBB로 합격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A·A를 받아도 이후 거래소 심사에서 막히는 일도 있습니다. 결국 본질은 단 하나, 상장 이후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실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특허·FTO(자유실시 분석) 이슈로 논란이 있었죠. "기평이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특허는 통상출원(또는 우선)일로부터 약 18개월 후 공개되고, 기술성 평가-상장예비심사-상장심사로 이어지는 타임라인이 단계별로 분절됩니다. 그 사이 불가항력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평가기관은 제출된 최신 자료, 면담, 현장 실사에 기초해 판단하며, 심사 중 피평가기업이 사업계획서에 제출한 실험을 직접 재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거짓 데이터 제출은 중대한 문제지만, 정상 제출이었다면 사후 공개된 신규 정보까지 사전 예견하긴 어렵습니다.
핵심은 선제적 FTO 관리와 투명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은폐가 아니라 지체 없이 공시·보완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들이 누적되면, 특허가 '출원' 상태인 경우는 아예 배제하는 식으로 제도가 바뀔까요?
현재까지 '출원 상태 자체를 일괄 배제'하겠다는 공식 개정 예고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낮습니다. 특허는 출원 후 약 18개월 뒤에야 공개됩니다. 등록만 기다리면 기업의 실행과 혁신은 멈춥니다.
기술성 평가 기간은 통상 6주 내외입니다. 이후 기업은 평가 통과 후 6개월 안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예비심사는 법정 45영업일이 기준이지만, 이미 심사가 밀려있는 피평가기업들 그리고 보완 요구와 질의응답 등이 이어지면 5~10개월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결국 변수는 제로가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단계마다 신뢰있는 최신 증빙을 내고, 변경이나 악재가 생기면 지체 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더 느려졌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심사와 상장 타임라인이 실제로 길어진 건가요?
기술성 평가 자체는 통상 6주에 맞춰 진행됩니다. 기업이 조절할 수 있는 건 평가 통과 후 최대 6개월의 예심 청구 시점 정도입니다. 시장 상황과 리스크를 감안해 "빨리 넣고 통과선부터 확보하자"는 수요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거래소 심사는 거래소 권한에 따라 이뤄집니다. 법정 45영업일을 기준으로 하지만, 보완 과정에 따라 길어질 수 있습니다. 임의로 늘리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죠.
기평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톱 5를 꼽아주세요.
가장 먼저 경영진의 전문성입니다. 과거 어떤 레퍼런스 및 이력을 쌓았는지,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어떤 역량으로 얼마큼 기여를 했는지, 대형 딜이나 창업 후 엑시트 경험이 있는지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둘째는 기술의 진행도입니다. 제약은 임상 단계에 가까울수록 강점을 보이고, 의료기기·디지털 헬스케어·AI·소부장 등은 상업화 지표의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실제로 2023년 개편된 표준기술평가모형에서도 분야별 배점이 다르게 설계돼 있습니다.
차별성도 주요 포인트입니다. 기전, 제형, 투여 경로, 원가, 동질성 등에서 경쟁사와 얼마나 뚜렷하게 구분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다 된다"는 포괄적 표현은 오히려 신뢰를 잃습니다.
넷째는 사업모델입니다. 매출과 이익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인지, 파트너십·유통·가격·규모화 전략이 구체적으로 준비돼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판매처 확보 수준입니다. 공동연구, 기술이전, 공급계약 등과 같은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사례가 있는지, 최종 사용자인 엔드유저와의 접점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집중'입니다. 기평 신청서에 모든 파이프라인을 나열하기보다는 핵심 자산 두세 개를 골라 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초기 단계에서의 슬리밍(Slimming) 전략이 곧 생존으로 이어집니다.
신약개발 기업의 경우, 임상 단계별로 기평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합니까?
단계마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다릅니다. 비임상 단계에서는 재현성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최근에는 조기 기술이전 전략도 주효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과 일부 유효성 결과가 핵심이며, 여기에 외부 검증이나 기술이전 사례가 있으면 더욱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임상 2상과 3상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 지표가 승부처가 됩니다.
파이프라인이 세 개라면 각 단계에서 언제까지 무엇을 만들어낼지, 숫자와 산출물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하나는 데이터로, 다른 하나는 라이선싱 성과로 승부하는 식의 조합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 기업이 보유한 역량 및 특장점을 잘 이해하고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에 기반을 둔 전략으로 성과를 창출해 나가면 됩니다.
어떤 시각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이 오히려 엄청난 특혜라고도 합니다.
맞습니다. 일반 상장은 매출과 이익이 필요하지만, 기술특례는 연구개발 기업에 기회를 열어줍니다. 그 대신 5년이라는 유예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특혜를 받았다면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합니다.
경영진 전문성 평가에서 화려한 자문단 나열은 플러스인가요?
있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름값만으론 부족합니다. 심사에선 실제 기여도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이 어드바이저가 해당 파이프라인에 실질적으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자문해 사업화에 기여를 하였는가?" 레퍼런스 체크도 합니다. 관계·기여·의사결정 개입이 증명돼야 점수가 납니다.
경쟁사 선정과 비교는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이 제출한 리스트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추가 리서치를 진행합니다. 경쟁사가 적은 니치(niche)면 대체 치료 및 현행 표준치료까지 확장해 시장 구조를 봅니다. 비교의 목적은 현실 적합성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이 아니라 누가 왜 우리를 얼마에 언제까지 살 것인가 등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끝나야 합니다.
상장 후 1~2년 안에 매출과 밸류업을 동시 달성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단, 상장 전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시험공부를 완벽히 해놓으면 시험을 반기듯, 파이프라인, 거래, 상업화 동선을 역산하세요. 산 정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하나는 라이선싱 현금 흐름, 하나는 데이터 마일스톤으로. 상장 후 24개월 안에 현금 흐름 신호를 내면 밸류에이션은 따라옵니다.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핵심은 사전 설계입니다.
좀비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엄밀하게 말하자면, 법인 설립 이후 초기 2~3년이 골든타임입니다. 여기서 거의 모든 승부가 납니다. 이 시기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이후에는 훨씬 더 큰 고생을 치르게 됩니다. 물론 훌륭하게 피봇팅을 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기업도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전문가 한 명이 1시간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붙잡고 한 달씩 끌어서는 안 됩니다. 사업화 속도가 중요한 데 거기서 시간을 다 까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더 비극인 것은 시간을 까먹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입니다.
내부에서는 절대로 알 수가 없고 외부의 시선에서 누군가가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 외부 전문가 밑에서 일해본 최소 3~5명 이상의 레퍼런스를 확인해 검증된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능성이 낮은 기술은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히 접어야 합니다. 파이프라인은 2~3개 내외로 슬림하게 정리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극초기 기업의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선택과 초집중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을 직접 뛰어야 합니다. 투자자, 고객, 인력은 현장에서 만나야 합니다. 대표가 직접 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담 직원을 한 명 두어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현장을 유독 강조하십니다. 이유가 뭔가요? 또 기술특례상장과 연관이 있나요?
현장은 매출과 영업이익 실현을 위한 시장의 수요를 몸으로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주최 측으로 10여년 동안 일하면서 생태계의 지형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약한 연결이 아이스브레이크라면, 오프라인에서 쌓이는 강한 연결은 실제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추진력이 됩니다.
특히 벤처, 중견, 대기업, 학계, 연구소, 정부 등이 한 공간에 모이면 정보의 속도와 질이 동시에 높아지고, 발굴과 협력,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이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전략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기술특례상장과도 직접 연결됩니다. 기술성 평가의 핵심 항목 상당수가 현장에서 증명됩니다. 경영진의 레퍼런스는 누가 무엇을 함께 해봤는지로 구체화되고, 기술의 진행도와 차별성은 학회 발표와 동료 연구자들의 피드백으로 보강됩니다.
사업모델과 판매처 확보는 파트너링 미팅에서의 실질적 관심과 후속 미팅으로 확인됩니다. 데이터룸을 열기 전 단계의 비밀유지계약, 공동연구 제안서, 의향서 같은 문서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태어나고, 평가기관이 피평가기업에게 물을 만한 외부 검증의 단서가 됩니다.
수많은 행사 중 꼭 가야 할 곳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연사의 트랙 레코드를 먼저 봅니다. 대형 협상을 성사시켰거나 FDA 허가를 받아본 사람, 실제 임상을 끝까지 끌어본 사람이 말하는 한 문장은 수십 장의 슬라이드보다 강력합니다. 그다음으로 참석자 구성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파트너와 투자자가 오는 자리인지, 규제기관이나 병원 네트워크 등이 참여하는지 살핍니다.
세션의 깊이도 중요합니다. 표면적인 소개가 반복되는 자리는 피하고, 임상 디자인이나 CMC, BD, 규제 등과 같이 바로 내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스펙트럼을 넓혀야 합니다. 익숙한 주제만 듣지 말고 CMC, BD, 임상 디자인, 규제 관련 강연도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자질이 행사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이는 기술성 평가를 준비하고 높은 점수를 받는 데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어떤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맺었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장시간 축적돼 평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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