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항생제내성 치료 대안될까
인체 내 미생물 및 박테리아 이식 이용한 내성 치료 연구 활발
박선혜 기자 loveloves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9-11 06:00   수정 2019.09.11 07:11

항생제 내성은 WHO가 지정한 공중 보건 분야 최대 위협 중 하나로, 매년 전 세계 약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며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생제 대체제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을 이용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그 중 가장 대두됐던 연구는 미국의 '대변 미생물 이식(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FMT)' 시술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포함된 장내(腸內) 세균을 환자에게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분변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정제, 건조해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만든 뒤 장에 직접 이식한다.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difficile)’이 유발하는 위막성 대장염을 수일 내에 완치하는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FMT의 대안으로 분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정제해 약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변 외에서 특정 질병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생물을 추출해 조합하는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SER-109’와 리바이오틱스의 ‘RBX2660’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C.difficile 치료제 연구로 임상 3상중에 있다.

최신 연구로 향균내성과 감염통제 (antimicrobial resistance & infection control) 저널 8호에 게재된 카사부리(Casaburi) 교수연구팀에 따르면, 에비보 아기 프로바이오틱스로 잘 알려진 장내균종이 에세리키아(Esherichia),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등의 내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팀은 건강한 모유 수유 영아의 배설물 샘플의 샷건 측정법으로 대장균 샘플을 분리해 항생제에 대한 최소 억제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유 외에 B.infatis EVC001을 복용한 영아의 경우 대조군과 비교해 항생제 내성 발생률이 90% 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저널에 게재된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팀 연구는 콧속에 분포하는 공생미생물 중 표피포도상구균을배양해 실험 쥐 코 점막에 이식한 후 인플루엔자를 감염시켰다. 그 결과 균을 이식한 쥐의 경우 감염 저항성이 90% 이상 높아진 반면, 대조군의 경우 치명적인 폐감염이 유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균을 이식한 쥐에게서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 람다 생산이 촉진된 것. 김현직 교수는 “소화기 뿐 아니라 호흡기에서도 공생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인체 면역시스템-공생미생물-바이러스 간의 삼중 상호작용 시스템을 이해한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의 문유석 교수팀도 장내 표피성장인자를 지속적으로 염증성 장질환 및 대장암 동물모델의 염증 부위에 공급했을 때, 점막장벽의 줄기세포 성장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장벽의 재건과 항상성 유지를 도와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 침투로 인한 염증자극 등이 억제돼 염증 사이토카인카인 등에 의한 암세포 성장촉진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 

문유석 교수는 “생물학적 제재의 안정성 문제와 화학적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투여로 환자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클리니컬 인베스티게이션/인사이트(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Insight)’ 저널에 8월 22일 게재됐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도 국가 자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미생물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바이오 경제 2025 범부처 전략' 수립 추진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지원과 추진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제 대안이 하루 빨리 실용화되기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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