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유방암 신약, ‘CDK4/6 억제제’가 뜬다
차세대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 각광…지속적 억제 중요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7-05 15:47   수정 2019.11.27 10:29
전체 전이성 유방암의 70%를 차지하는 HR+/HER2- 유방암에서 50년 만에 새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 제시된 CDK(Cyclin Dependent Kinases)4/6 억제제의 역할이 강조돼 눈길을 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사진>는 5일 열린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미디어 세션에서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와 CDK4/6 억제제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50년간 유방암의 1차 치료는 ‘호르몬 치료’가 절대적이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 등을 통해 여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난소 이외의 장기에서 여성호르몬을 생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CDK4/6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국제 가이드라인과 한국유방암학회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개정된 내용의 주요 골자는 CDK4/6 억제제를 호르몬 치료와 병용하도록 하는 권고사항이었다.

임상에서 나타난 CDK4/6 억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 예로 아베마시클립의 경우 폐경 후 유방암 환자의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 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약 2배 가까이 연장시켰을 뿐 아니라, 내분비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시 풀베스트란트 단독 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시켰다.

CDK4/6 억제제는 암세포 증식 과정인 셀 사이클(cell cycle)에 관여하는 효소인 CDK4 또는 6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CDK4와 6을 억제해 셀 사이클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 암세포의 분열 및 증식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손 교수는 “CDK4/6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셀 사이클을 잠시 억제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본래의 세포 분열 과정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 따라서 “CDK4/6을 ‘오래’ 억제해야만 세포가 사멸할 수 있다”며 손 교수는 지속적인 표적 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아베마시클립의 경우 휴약기가 없어 지속적인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CDK4/6 억제제가 50년 만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제약사들이 끝없이 CDK4/6 억제제 개발의 문을 두드렸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것이 손 교수의 해석이었다.

그는 “사실 제약사들이 CDK4/6를 억제해야 한다는 개념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의 신약 후보 물질들이 CDK4/6이 아닌 다른 효소(enzyme)에도 관여해 실험 대상 대부분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CDK 4/6를 선별적으로 억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DK4/6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효소는 아니다. CDK6은 주로 골수에 존재해 골수에서 조혈줄기세포를 성숙시키는 데 관여하며, CDK4는 위장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로 알려져 있으며, 유방암의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개발된 CDK4/6 억제제로는 팔보시클립(상품명: 입랜스), 리보시클립(상품명: 키스칼리), 아베마시클립이 있다. CDK6에 연결(binding)돼 기능을 억제하는 약이 팔보시클립, CDK4에 연결되는 약이 아베마시클립과 리보시클립이다.

손 교수는 “기본적으로 CDK4/6 억제제는 이상 반응이 적다. 한 예로 아베마시클립의 경우 설사가 주된 이상 작용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사제를 통해 증상을 줄일 수 있고, 전체 환자의 1~2%에서만 나타나는 미미한 발현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NCCN에서도 CDK4/6 억제제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또는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 요법을 폐경기 이후의 HR+/HER2- 유방암에서 카테고리 1으로 권고한 만큼, CDK4/6은 굉장히 혁신적인 약제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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