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돔페리돈' 안전성 둘러싼 논란과 쟁점은
새물결약사회 회장 유창식(센트럴약국)
최재경 기자 cjk0304@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10-13 12:00   수정 2016.10.14 07:07

10월 7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더민주 전혜숙 의원이 “임부와 수유부에게 위험한 의약품인 돔페리돈을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산부인과에서 7만8천건이나 처방 냈다” 라며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10월 1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이하 소청과의사회)는 “12만 의사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한 것으로, 돔페리돈이 그렇게 위험한 약이라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돔페리돈 소화제의 판매 또한 즉각 중지해야 하며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도 즉각 DUR을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심 구토 증상에 사용되는 위장관 운동 촉진제에는 돔페리돈 외에도 여러 약물이 있다. 이 시장에서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제약사의 마케팅은 돔페리돈보다 부작용은 적고 약가가 높은 다른 약물로 옮겨간 지 오래이며 돔페리돈 처방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산부인과에서 여전히 처방하고 있는 것은 돔페리돈의 부작용 중 하나인 모유량 증가를 통해 산모의 젖이 잘 돌게 할 목적인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에서 돔페리돈 투여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모두 약물 일회량을 한꺼번에 정맥주사 bolus injection 한 경우였으며 정제나 액제를 복용한 경우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2014년 9월 약국에서 OTC로도 판매되던 돔페리돈을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되는 전문약으로 전환했지만, 이웃나라인 아일랜드에서는 OTC 돔페리돈을 약사가 직접 관리하는 BTC로 전환하고 일주일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또한 여전히 돔페리돈을 OTC로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OTC 돔페리돈은 소청과의사회가 언급했듯 말레인산돔페리돈보다 흡수율이 높지 않은 비이온형 돔페리돈이다. 또한 모두 유리병에 들어있는 액제여서 의사들이 처방 내는 정제에 비해 보관과 휴대가 불편한 관계로 단기간의 소화불량이나 오심 구토가 있을 때 한두 병씩만 구입하여 복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유즙분비 촉진 등 허가 외(오프라벨) 목적으로 비교적 많은 용량을 사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다. 유즙분비 촉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식약처가 허가한 적용증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 목적으로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비급여로 처방 낼 것으로 짐작된다. 소청과의사회에서는 의사들이 하루 30mg 이하의 상용량으로만 처방 내고 있다고 주장하나, 비급여로 내는 처방은 DUR 대상도 되지 않는데다 급여청구를 위해 보험공단에 처방내역을 보고하지도 않으니 그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돔페리돈이 임부와 수유부에게 위험한 지 그렇지 않은 지가 아니다. 식약처가 허가해주지 않은 오프라벨 목적으로 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의사들이 비급여로 처방을 내곤 하는 관행을 사회와 보건당국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가 오히려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허가 받지 못한 적용증이란 곧, 효능이 있다고 일부 인정할 수 있으나 효능이 충분치 않거나 잠재적인 부작용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돔페리돈을 산모에게 투여할 경우 세 명 중 한 명은 젖이 느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점을 생각해볼 때, 허가 받지 못한 적용증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허가 받은 적용증으로 사용할 경우보다 더욱 엄격한 관리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오프라벨 목적을 위해 비급여로 처방된 약물은 정부가 자랑하는 DUR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일선 의원에서는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비급여 처방을 남발하여 처방내역이 DUR에 조회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회피하기도 한다.

비급여 처방은 보건당국의 관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은 30일치 까지만 처방이 가능한 수면제인 졸피뎀을 더 많이 처방해주기 위해 비급여로 처방한 사실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되기도 했다. 비급여 처방이 급속히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급여 처방 내역까지 의무적으로 DUR에 편입시키지 않는다면 지금의 DUR은 하나마나 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DUR과 보건당국의 심사평가를 자신들의 처방권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여”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전문가인 국민은 의사의 처방과 처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에 제3자가 관여하여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사들이 못미덥고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위는 불완전하고 실수가 있을 수 있으며, 제3자의 점검에 의해 그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급여 처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토되어 약물이 보다 안전하게 사용되고 국민 건강권이 증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