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던 피터 돌란 회장(46세)의 공격적 경영전략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예로 그는 지난해 9월 임클론社(ImClone)에 12억달러를 투자하는 도박(bet)을 불사했었다. 이는 개발이 진행 중인 생명공학 의약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약기업이 지불한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의 것이었다.
임클론은 한 때 이목을 집중시켰던 블루칩 생명공학기업. 그러나 현재는 기대를 모아 온 항암제 '에르비툭스'(Erbitux)와 관련, 美 증권거래위원회와 법무부·의회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불과 4개월여 전에 임클론 지분 20%를 매입하느라 10억달러를 투자했던 BMS는 주식이 3억달러 이하로 급락하는 사태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일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메이저 제약기업인 BMS가 임클론측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돌란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한 회의 석상에서 "투자를 단행하기에 앞서 내부 관자들과 외부의 전문가들에 의해 임클론에 대한 면밀한 조사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는 또 "우리는 여전히 '에르비툭스'가 블록버스터 항암제로 발돋움하리라 확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임클론측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임클론社의 사무엘 웍슬 회장은 "개발 중인 결장암 치료제 '에르비툭스'가 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BMS는 '에르비툭스'가 발매될 경우 이익의 40%를 나눠 갖기로 합의해 둔 상태.
그러나 FDA는 구랍 28일 임클론측이 제출했던 신약신청을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가뜩이나 주요 품목들의 특허만료 직면과 후속신약 개발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BMS의 올해 매출과 이익 전망에는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BMS는 지난해 헤어케어 사업부 클레롤을 49억달러에 처분하고,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사업부 짐머 홀딩스를 분사하는(spinning off) 등 제약부문 이외의 비 핵심사업을 정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힘을 쏟아 왔던 입장이다.
이와 함께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기존 품목들의 독점판매권 보유기간 연장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한 노력을 계속해 왔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 같은 전략이 결실로 이어지기 보다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으로 비쳐지고 있다. UBS 워버그증권社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채프킨은 "과연 돌란 회장의 승부수(big bets)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직은 의심스러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BMS의 경영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블록버스터급으로 기대를 모아 온 항고혈압제 '반레브'의 허가취득이 거듭 지연되었던 데다 항암제 '탁솔'과 항불안약 '부스파' 등 톱-셀링 품목들에 대한 독점발매권을 내줘야 했던 해이기 때문이다.
2001년도의 경우 BMS는 '탁솔'과 '부스파'의 매출(revenues)이 각각 51% 및 91%나 격감했을 정도다.
BMS는 또 지난해에는 결장암 치료제로 FDA에 허가를 신청했던 UFT도 반려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동안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활동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 올들어 베스트-셀링 당뇨병 치료제 '글루코파지'(메트포민)에 대한 독점적 판매권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지난 25일 제네릭 제형들의 발매가 마침내 허가되었기 때문.
이로 인해 BMS는 올해 줄잡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MS의 한 관계자는 "올해 최고 6.6%의 이익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BMS는 순이익이 전년동기 보다 11% 뛰어오른 52억4,000만달러, 매출은 5% 상승한 191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인 바 있다.
지난해 BMS가 단행했던 공격적인 경영전략들 가운데 아직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에 시기상조로 꼽히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이다. 총 78억달러를 지불하고 듀퐁의 제약사업 부문을 매입했던 것이 바로 그것.
당시 BMS가 지불한 금액은 다른 인수 후보자들이 검토했던 액수를 20억달러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놀라움을 자아냈었다. 듀퐁 제약사업부의 인수로 BMS는 AIDS 치료제 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듀퐁이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아직은 개발 중인 신약도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MS는 기존 보유품목들에 세부적인 특허내용을 추가시켜 제네릭 제형의 발매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추는 전략을 주도하는 메이저 제약기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로 하여금 향배를 예의주시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항고혈압제 '반레브'와 정신분열증 치료제 '애빌리테이트'(Abilitate) 등이 별다른 문제가 돌발하지 않는 한, 오는 2003년 초에는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르비툭스'의 경우 효능이 입증되더라도 2004년 이전에는 발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따르고 있다.
기로에 직면한 BMS의 미래에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