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는 경제위기 제약시장의 ‘박카스’다!
매출‧환자수 증가 오히려 반사이득 누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9-09-01 12:58   수정 2009.09.04 10:39

일라이 릴리社가 지난 7월말 공개한 자사의 2/4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항우울제 ‘심발타’(둘록세틴)은 총 7억4,44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분기보다 14% 뛰어오른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심발타’는 머지 않은 장래에 선행주자인 ‘이팩사’(벤라팍신)를 제치고 미국시장에서 매출랭킹 1위의 항우울제로 부상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에서 지난 1996년부터 200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항우울제 사용량이 2배 가까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1996년 당시에는 조사대상 총 1만8,993명 가운데 5.84%가 항우울제를 복용한 것으로 집계된 반면 2005년에는 이 수치가 2만8,445명 중 10.12%로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컬럼비아대학 의대의 마크 올프슨 박사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사회정책학부 스티븐 C. 마커스 박사 공동연구팀이 미국 의사회(AMA)가 발간하는 ‘일반 정신의학 회보’ 8월호에 발표한 ‘ 항우울제 치료에 나타난 국가적 패턴’ 보고서가 바로 그것.

또 IMS 헬스社에 따르면 항우울제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총 1억6,400만건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나 전년도에 비해 400만건이 늘어났다.

지난 1999년부터 200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전체적인 항우울제 광고비 지출액은 큰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DTC(direct-to-consumer) 광고비는 3,200만 달러에서 1억2,200만 달러로 대폭증가했다는 통계도 공개된 바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일까? 어려운 경제현실을 등에 엎고 미국시장에서 항우울제 매출은 오히려 ‘행복모드’를 보이고 있다.

우울증이 직장결근과 생산성 손실, 사회병리현상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치료비보다 2배 이상의 사회적 비용부담을 초래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대목.

실제로 매사추세츠州에 소재한 컨설팅업체 어낼리시스 그룹에 재직 중인 보건경제학자 폴 그린버그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3년 ‘임상심리학誌’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미국에서 한해 260억 달러의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지만, 생산성 손실액 등까지 합치면 520억 달러로 확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항우울제 ‘존재의 이유’를 의사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그러고 보면 우울증은 대체로 중년기 이후에야 발생하는 심장병이나 암 등의 다른 질병들과 달리 15세 안팎의 젊은 시기부터 빈번히 나타나는 데다 재발 가능성도 높다는 측면 등이 제약기업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질환으로 손꼽히고 있다.

환자들이 일단 복용을 시작하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사용을 필요로 하는 데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복용이 매우 중요한 제품이 항우울제이기 때문.

그 같은 맥락에서 화이자社가 지난 5월 항우울제 ‘졸로푸트’(서트라린)를 비롯한 자사의 주요 제품들을 실직자들과 의료보험 소외계층에 무료공급하겠다는 플랜을 내놓은 것도 브랜드-네임 드럭 충성도를 높이고, 제네릭 제형들로 스위치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속내를 상당부분 내포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면 여성들은 립스틱처럼 적은 지출로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앞다퉈 찾는다고 해서 언제부턴가 이른바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제약시장에서 ‘립스틱 효과’에 해당하는 제품을 찾는다고 한다면 단연 항우울제를 손꼽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항우울제는 경제위기 속 제약시장의 ‘박카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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