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果糖)을 과다섭취할 경우 공간 기억력에 장애가 수반될 수 있음을 시사한 동물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즉, 실험용 쥐들에게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60%를 과당으로 공급한 결과 공간 기억력에 대조그룹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음이 관찰되었다는 것. 과당이 탄산음료에서부터 과일식품, 씨리얼, 유제품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품들에 첨가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주목되는 내용인 셈이다.
이 때문에 북미지역에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과당 섭취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심리학과의 매리스 B. 페어런트 박사팀은 학술저널 ‘학습과 기억의 신경생물학’誌(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온-라인版에 지난달 게재한 ‘수컷 실험용 쥐들에게서 과다한 과당 섭취가 공간 기억력을 저해하는데 나타낸 영향’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페어런트 박사팀은 생후 61일이 경과한 수컷 실험용 쥐들을 2개 그룹으로 무작위 분류한 후 19주 동안 각각 전체 칼로리량의 60%를 과당으로 섭취토록 하거나, 같은 비율을 식물성 전분으로 섭취토록 하면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었다.
연구과정에서 실험용 쥐들은 과당을 대사시키는 메커니즘이 사람의 경우와 흡사하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됐다. 또 수컷이 사용된 것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과당을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페어런트 박사팀은 실험용 쥐들이 사료를 섭취한 후 미로가 설치된 풀장 속에 집어넣고 그들을 바깥으로 인도해 줄 물밑발판을 찾는 과정을 3일 동안 1일 8회씩 학습시켰다. 그리고 48시간이 경과한 뒤 같은 상황을 재차 겪도록 하면서 물밑발판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과당을 과다섭취했던 실험용 쥐들은 물밑발판의 위치를 찾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하릴없이 허우적대는 경우가 대조그룹에 비해 훨씬 빈도높게 눈에 띄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페어런트 박사는 “과당이 대부분 간 내부에서 대사되면서 다량의 중성지방을 생성시키는데, 이로 인해 뇌 내부의 인슐린 신호전달기전에 간섭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뜨리게 되는 메커니즘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번 시험의 경우와 같이 사람들이 전체 칼로리량의 60%를 과당으로 섭취한다는 것은 가능치 않은 일이라는 점과 함께 실험용 쥐들의 과당 대사속도가 사람과 다르고, 동일한 약효를 위해서는 실험용 쥐들이 사람보다 훨씬 높은 용량의 약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 등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