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씨프로'를 투약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에서 발작 증상 등이 나타날 확률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美 미시간州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헨리포드 헬스시스템 산하 종합프로그램에서 메디컬 디렉터로 재직 중이면서 美 간질재단 전문가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레고리 바클리 박사는 "항생제 '씨프로'의 무분별한 사용은 자칫 예기치 못했던 위험을 동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미국에서 탄저균 테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씨프로'의 매출이 급등하고 사용량도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엘社는 향후 3개월 동안 '씨프로'의 생산량을 3배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탄저병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자 일부 미국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처방전 없이도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는 멕시코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어 오·남용의 소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사시를 대비해 필요한 항생제를 비축해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일부 외국 제약기업들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쉽사리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약물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발작 등이 빈발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씨프로'는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클리 박사는 "실제로 '씨프로'가 속한 플루오로퀴놀론系 항생제들은 간질환자, 두부(頭部) 손상·뇌졸중·암 발병 전력자, 가족 발작병력자 등에게서 발작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른 약물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 스테로이드성 진통제인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씨프로'와 병용할 경우에도 발작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네아폴리스에서 간질 클리닉을 운영 중인 로버트 J. 굼니트 박사는 "간질약이 체내에서 대사하는 과정에 '씨프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전체적으로 '씨프로' 복용자에서 발작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유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피력했다.
한 예로 발작 가족병력의 소유자라면 '씨프로'를 복용하기에 앞서 탄저병 감염 여부를 확실히 진단받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설령 발병 진단을 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페니실린이나 독시사이클린 등 다른 항생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한편 美 의사회(AMA)의 리차드 코를린 회장은 "불필요하게 '씨프로'를 많이 사용한 결과로 탄저균 포자가 이 약물의 효능을 저해하고, 내성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를린 회장은 이밖에 '씨프로'를 복용할 때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들로 ▲현훈, 떨림, 환각, 우울증 등 중추신경계 관련증상 ▲호흡곤란, 인후부 막힘, 입술·혀·안면 등에 종창, 두드러기성 구진(丘疹) 등의 알러지 반응 ▲심한 결장조직 염증 ▲자외선에 대한 피부민감성 증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