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총수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위기와 공존하는 기회를 잡는 길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을 직접 누비면서 셀트리온그룹이 기회를 최대한 캐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이하 셀트리온) 회장은 2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복귀를 알리며, 셀트리온 사업을 직접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센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28일 주주총회와 이사에서 서 회장을 사내이사 겸 이상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 서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셀트리온 그룹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에 정식 복귀했다.
서 회장은 복귀를 신고하는 자리에서 네 가지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서 회장이 제시한 사업 전략은 △바이오시밀러와 더불어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도약 △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확장 △전 세계 직판망을 활용한 의약외품 사업 진출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M&A 추진이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서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의 매출 대부분이 바이오시밀러로 이뤄졌으나, 2030년까지 신약 개발에 성공해 오리지널 매출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을 위해 mRNA 플랫폼, ADC 플랫폼, 이중항체 플랫폼, 제형 변경 플랫폼 등, 혁신 플랫폼 확보에 매진 중”이라며 “mRNA 플랫폼은 오는 6월 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고, ADC 플랫폼은 2024년부터 6개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한다”고 전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총 21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 기업에 버금가는 수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면서도 신약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케미컬 분야에서도 신약과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을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회장은 “임상시험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돼, 셀트리온 단독으로 모든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연구개발, 초기 임상시험 이후 기술수출 등, 다각도로 임상개발 전략을 설정해 최대한 많은 임상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했다”
서 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원격진료·의료)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서진석 의장이 맡아, 일정 수준의 기초 연구를 마친 상태”라면서 “셀트리온은 해당 분야의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확보, 보강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별도 연구소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 및 검진 등 디지털헬스케어는 코로나 팬데믹 때 전 세계적으로 활용됐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주춤한 상태다. 관련 법률 개정이 남아 있지만 유럽을 시작으로 곧 비대면 진료 등이 허용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도 이에 맞춰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해 법률 제한이 풀리면 곧바로 시장에 진출, 경쟁할 수 있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상태다.
“전 세계 직판망 확보, 의약외품 사업 시작”
서 회장은 글로벌 직판망 확보와 셀트리온의 높아진 브랜드파워를 기반으로 한 의약외품 시장 진출 계획도 내놨다. 글로벌 빅파마 중 의약외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존슨앤드존슨이 대표적이다. 존슨앤드존슨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 대부분은 글로벌 직판망을 통해 의약외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의약외품 시장은 제약바이오 시장만큼이나 큰 시장”이라며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낮지만, 기업의 기대효과 측면에서는 이익 증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일회용 의약외품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빅파마 자회사들이 대부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전세계 직판망을 활용, 최대 시너지를 낼 방안을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다.
“저평가된 유망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M&A”
서 회장은 신약개발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하겠지만, 문어발식 기업경영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오직 셀트리온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만 집중하겠다”면서 “한국 바이오생태계 발전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셀트리온 합병이 일정 부분 마무리 단계고, 이에 따라 확보된 잉여자금으로 셀트리온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저평가된 유망 기업 중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신약 1개를 가진 기업 정도는 M&A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올 상반기 이후 셀트리온이 확보할 재원은 5조원 이상으로,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유망 플랫폼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