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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과 시술로도 치료되지 않는 협심증 환자에게 바이오 기술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혈관을 다시 자라게 하거나, 미세혈관 기능을 회복시키고, 손상된 심근 미세환경을 되살리려는 시도다. 아직 협심증 적응증으로 정식 허가된 바이오 치료제는 없지만, 최근 유전자·세포·mRNA·엑소좀 분야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경련, 혹은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인해 심근 혈류가 줄어들면서 흉통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대부분 약물요법(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등)과 관상동맥중재술(PCI), 관상동맥우회술(CABG)로 치료되지만, 일부 환자군은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남는다.
유전자치료, 심근에 혈관신생 신호를 직접 전달
미국 신약개발 기업 자일로코어 테라퓨틱스(XyloCor Therapeutics)는 불응성 협심증 타깃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XC001(인코버미노진 레즈마데노벡, encoberminogene rezmadenovec)’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비복제성 아데노바이러스5(Ad5) 를 벡터로 사용해 VEGF(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의 주요 아이소폼(AdVEGF-All6A+)을 동시에 발현시키도록 설계됐다. 목표는 심근 내에서 국소적인 혈관신생 신호를 직접 유도해, 기존 약물이나 시술로는 회복되지 않는 미세혈류를 되살리는 것이다.
임상 1/2상은 불응성 협심증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XC001를 심외막(Epicardial) 직접 주사를 맞았다. 주요 결과는 2024년 5월 SCAI(미국심혈관중재학회)에서 공개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PET 영상 기반 허혈부하(perfusion deficit)는 최대 14.3% 감소, 협심증 발작 빈도는 평균 12.2회에서 2.7회로 줄었다. 운동 총 지속시간은 투여 전 평균 359.9초에서 12개월 후 477.6초로 늘어나 약 115초 증가했다. 단일군 연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임상 증상과 영상 지표 모두에서 뚜렷한 개선 신호가 확인됐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XC001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대한 이상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흉부 소절개 등 시술 과정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상처로 13명에게서 20건 보고됐으나, 모두 회복 가능 범위였다.
XC001은 현재 임상 2b상으로 진입해 약 100명의 환자를 모집 중이다. 자일로코어 테라퓨틱스는 2025년 7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으며, 향후 2년 내 주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약물 자체의 안전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 역시 모두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심근에 직접 유전자를 주입해 혈관신생을 유도하는 XC001은 기존 재관류 시술이 어려운 환자나 미세혈류 장애가 주된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포치료, CD34+ 줄기세포로 미세혈류 되살린다
미국 제약사 박스터 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 박스터 헬스케어)이 진행한 CD34+ 조혈모세포 기반 세포치료가 불응성 협심증 환자를 위한 차세대 재생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치료는 환자 자신의 말초혈액에서 CD34+ 세포를 채취·분리한 뒤 허혈 심근 부위에 직접 주입해 내피전구세포(EPC) 를 활성화시키고, 미세혈관 재생과 혈류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표 임상시험인 ‘ACT34-CMI’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26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 총 167명의 불응성 협심증 환자가 무작위로 배정돼, 고용량(5×10⁵ 세포/kg) 또는 저용량(1×10⁴ 세포/kg) CD34+ 세포를 심근 내 주사로 투여받았다.
6개월 추적 결과, 치료군은 위약군 대비 협심증 발작 빈도가 유의하게 감소(p<0.01) 했으며, 운동 지속시간은 평균 122초 증가했다. 증상 악화나 입원 등의 위험도 줄어들며, 환자의 삶의 질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추적에서도 긍정적인 경향이 이어졌다. 24개월 추적 결과, 사망률과 심각한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이 모두 위약군보다 낮았으며, 일부 환자군에서는 심근 관류(Perfusion) 개선 효과도 관찰됐다.
2018년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린 통합 분석 결과, 총 304명을 대상으로 한 세 건의 무작위·이중맹검 임상시험에서 운동시간은 평균 109초 늘었다. 협심증 발작 빈도는 약 30% 줄었으며, 사망 위험은 76% 감소(OR 0.24, 95% CI 0.08–0.73)한 것으로 나타났다.
CD34+ 세포치료가 불응성 협심증 환자에서 미세혈류 회복과 생존율 개선을 동시에 입증한 첫 임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다만, 연구마다 세포 출처(골수·말초혈액), 동원 방식(G-CSF 사용 여부), 주입 경로(관상동맥 내·경근·경내막), 세포 용량과 활성화 방법이 달라 프로토콜 표준화가 과제로 꼽혔다. 실제 글로벌 3상은 환자 등록 지연과 비용 문제로 조기 종료되며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2023년 Stem Cell Reviews and Reports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CD34+ 세포는 손상된 심근의 미세혈관 구조를 복원하고, 내피 기능을 회복시켜 허혈성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망한 치료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파미셀 ‘하티셀그램-AMI’, 협심증 세포치료 가능성 제시
국내에도 아직 협심증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바이오치료제가 없다. 그러나 급성심근경색(AMI) 영역에서는 세포치료제가 상업화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Hearticellgram-AMI)’다.
하티셀그램-AMI는 2011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계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다. 적응증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좌심실박출률(LVEF) 개선이다. 대상은 가슴 통증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관상동맥성형술(PCI)로 재관류된 급성심근경색 환자다.
주성분은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얻은 중간엽줄기세포(autologous bone marrow-derived mesenchymal stem cell, MSC)로, 채취 후 약 4주간 분리·배양 과정을 거쳐 제조되며, 완제는 제조 후 18시간 이내에 환자에게 투여된다.
허가 효능·효과는 ‘LVEF 개선을 통한 심기능 향상’이며, 작용기전은 손상된 심근 내에서 혈관신생과 세포 생존 신호를 촉진해 심근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
국내 임상시험 결과에서는 투여 6개월 후 평균 약 5~6%포인트의 좌심실박출률 개선이 보고됐고, 주요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상업용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됐다.
하티셀그램-AMI는 협심증이 아닌 급성심근경색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어 협심증 바이오 치료의 직접적 선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근 허혈 조직에 세포를 관상동맥을 통해 직접 주입하는 치료 설계, 세포 배양 및 품질관리(QC) 시스템, 환자 맞춤형 제조·투여 체계 등은 국내 재생의료 임상 및 제조기술 정립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티셀그램-AMI의 허가 경험이 향후 협심증, 허혈성 심부전, 미세혈관 기능장애 등 인접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근거라고 본다. 특히 첨단재생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 이후, 이러한 허가 및 임상 데이터는 향후 협심증 등 허혈성 질환 대상 바이오치료제의 제조 표준과 임상평가 기준 정립에 참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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