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CSL 리미티드社는 자사의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가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취득했다고 20일 공표했다.
이에 따라 ‘헴제닉스’는 제 9혈액응고인자(FIX)를 사용한 전력이 없고 고도에서 중등도 고도에 이르는 성인 B형 혈우병(선천성 제 9혈액응고인자 결핍) 환자들을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1회 투여용 유전자 치료제로 EU 각국에서 선을 보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헴제닉스’를 1회 투여한 결과 혈액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알려진 제 9혈액응고인자의 도면(blueprint) 역할을 하는 기능성 유전자가 전달됨에 따라 연간 출혈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및 유럽경제지역(EEA)에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SL 리미티드社의 빌 메자노트 연구‧개발 담당대표 겸 최고 의학책임자는 “유럽에서 ‘헴제닉스’가 허가를 취득한 것이 B형 혈우병 환자들 뿐 아니라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에게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치료제가 선을 보이게 과학의 정수(精髓)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는 말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메자노트 대표는 뒤이어 “이번에 승인된 ‘헴제닉스’와 우리가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유니큐어社(uniQure N.V.)와 구축한 파트너 관계가 B형 혈우병과 같은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유익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파격적인 혁신을 탐색하고,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CSL 리미티드의 약속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재 B형 혈우병 환자들은 충분한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평생토록 제 9혈액응고인자를 정맥주사제로 투여받아야 하는 까닭에 삶의 질과 웰빙에 심대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 의약품감독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 따르면 잦은 치료제 주사 또는 산발적인 출혈 발생으로부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대안이 절실히 요망되고 있는 형편이다.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CHMP가 제시한 긍정적인 의견을 참조해 이번 결정에 도달한 것이다.
CHMP는 지금까지 B형 혈우병과 관련해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유전자 치료제 관련 시험례로 알려진 본임상 ‘HOPE-B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헴제닉스’를 조건부 승인토록 권고한 바 있다.
시험결과를 보면 ‘헴제닉스’를 투여받은 B형 혈우병 환자그룹은 제 9혈액응고인자의 평균활성이 36.9%까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연간 출혈률이 6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헴제닉스’를 투여한 환자들의 96%가 일상적인 제 9혈액응고인자의 투여를 중단한 데다 이후 18개월차에 도입기와 비교한 평균 제 9혈액응고인자의 소모가 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
이와 함께 ‘HOPE-B 시험’에서 24개월차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헴제닉스’의 효과가 지속적이고 내구적으로 나타났음이 눈에 띄었다.
또한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헴제닉스’는 일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나타냈고, 약물치료와 관련해 중대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부속병원의 볼프강 미스바흐 혈액장애과장은 “이번 승인이 출혈로 인해 근육, 관절 및 체내 장기(臟器)들에 미칠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을 배제하고, 평생토록 제 9혈액응고인자를 정맥주사받아야 하는 부담을 완화시켜 B형 혈우병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진일보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는 말로 의의를 강조했다.
‘HOPE-B 시험’에서 도출된 자료를 보면 ‘헴제닉스’가 제 9혈액응고인자의 활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도록 할 뿐 아니라 출혈로 인한 영향과 B형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일상적인 예방요법의 필요성을 배제할 수 있게 해 주었음이 입증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CSL 베링社의 루츠 보나커 부사장 겸 유럽 영업부문 대표는 “CSL 베링의 약속은 생명을 구하고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며 “우리는 핵심적인 가치를 환자 초점, 혁신, 진실성, 협력 및 비교우위 효능 등에 두면서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에서 ‘헴제닉스’가 허가를 취득한 것이 그처럼 우리가 사세를 집중해 왔던 결과물의 하나이자 B형 혈우병 커뮤니티를 위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 각국에서 많은 수의 적격한 환자들이 이처럼 혁신적인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EU 회원국 뿐 아니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및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지역(EEA) 국가들에도 적용되는 허가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헴제닉스’의 다개년 임상개발은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유니큐어社(uniQure N.V.)가 주도했다.
CSL 리미티드 측은 영국에서도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에 ‘헴제닉스’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헴제닉스’는 지난해 11월 FDA의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