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매년 3월은 의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됨에 따라 지난 1988년부터 ‘여성 역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로 기념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제약협회(PhRMA)가 ‘여성 역사의 달’이 마침표를 찍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2년 여성건강을 위한 신약개발’ 보고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로지 여성들에 한해 발병하고 있거나 성비(性比)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여성들의 유병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는 질환들을 겨냥한 치료제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FDA에서 허가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신약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최신 현황이 이 보고서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
이에 따르면 여성들에 한해 발생하거나 여성들의 유병률이 불균형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여성질환들을 적응증으로 하는 총 625개 치료제들이 현재 임상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FDA의 허가심사 단계까지 개발이 진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제별로 보면 ▲항암제 200개 ▲신경계 장애 치료제 133개 ▲자가면역성 질환 치료제 87개 ▲정신질환 치료제 45개 ▲호흡기계 질환 치료제 43개 ▲관절염/근골격계 장애 치료제 37개 ▲안구질환 치료제 34개 ▲산부인과 질환 치료제 33개 ▲감염성 질환 치료제 23개 ▲기타질환 14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항암제를 보면 유방암 치료제가 119개, 난소암 치료제 66개, 자궁암 치료제 4개, 자궁경부암 치료제 22개 등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여성들에게 빈도높게 발생하고 있는 암들로 인해 미국에서 올해 총 7만6,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신경계 장애 치료제들 가운데는 알쯔하이머, 편두통 및 다발성 경화증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의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면역성 질환 치료제의 경우 루프스, 중증 근무력증, 피부경화증 및 쇠그렌 증후군 등 여성들의 유병률이 남성들에 비해 2배 안팎까지 높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을 겨냥한 연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든든함이 앞서게 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유병률이 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정신질환 치료제들로는 불안장애, 우울증, 산후 우울증 및 섭식장애 치료제들이 다수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음이 눈에 띄었다.
호흡기계 치료제 역시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여성들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을 대상으로 50개에 육박하는 기대주들의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절염 및 근골격계 장애 치료제들의 경우 섬유근육통, 골다공증 및 류머티스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주류를 형성했다.
안구질환 치료제 중에서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들의 개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고, 산부인과 질환 치료제 가운데는 자궁내막암, 폐경기 제 증상, 다낭성 난소증후군, 임신 합병증 및 자궁섬유증(또는 자궁근종) 등의 치료제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음이 눈에 띄었다.
감염성 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는 칸디다증, 클라미디아, 생식기 헤르페스, 요로감염증 등을 겨냥한 치료제들이 개발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질환 치료제에서는 만성 피로증후군, 간질성(間質性) 방광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및 요실금 등 여성들의 유병률이 높은 질환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여성질환들에 초점을 맞춘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여성들의 수명을 괄목할 만하게 연장시키면서 여성건강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예로 미국에서 두 번째 여성 암 사망원인으로 자리매김한 유방암을 보면 사망률이 지난 1989년에서 2019년 사이에 42%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자궁경부암 또한 미국에서 인유두종(HPV) 백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10대 소녀 및 성인 여성들의 감염률이 각각 86%‧71%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궁내막암 역시 머크&컴퍼니社의 항 프로그램 세포사멸 단백질-1(PD-1) 치료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지난달 적응증 추가를 승인받으면서 치료제가 확보되기에 이른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 여성들은 여전히 자가면역성 질환, 우울증, 골다공증 및 알쯔하이머 등 일부 질환들의 진단률이 남성들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여성들은 평생동안 만성질환 진단률이 40%에 육박해 남성들의 30%를 상회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건강관리와 관련한 성적(性的) 편견으로 인해 여성들의 오진률이 높아 적절한 치료‧증상관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치 소수민족이나 소수인종들이 의료에서 불평등에 직면해 있는 현실과 같은 이치이다.
보고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19’ 위기가 전체 미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성별 역할, 가족을 위한 책임, 육아 및 고령자 부양 등에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정신건강과 관련한 도전요인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신약개발에서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한 예로 제약기업들이 성별 비율을 포함해 임상시험 피험자들의 다양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갖가지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임상시험 피험자들의 다양성이 향상되면 실제 환자 구성비율을 충실하게 반영한 신약개발과 허가취득, 환자치료에 사용 등의 연쇄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동일한 맥락에서 임신부 또는 모유 수유부 여성들의 안전한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대책들도 강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 제약기업들이 여성들의 유병률이 높은 새로운 치료제들을 개발하기 위해 “여가없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