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화장품 범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미용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염모, 탈염·탈색, 제모, 탈모방지, 모발 굵기 등 5가지 종류의 의약외품이 기능성화장품 품목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효능을 인증해주는 기능성화장품은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 3종이었으나 앞으로는 모발 관련 품목 5개 유형을 포함, 아토피성 피부에 보습 등을 추가해 11종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염모제의 경우 자외선 차단, 탈모 방지 등의 기능이 추가된 다양한 신제품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약외품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화장품보다 취급이나 판매기준 등이 까다로운 반면, 화장품은 일정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인증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좀 더 수월하게 기능성화장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식약처 측은 “기능성화장품 범위가 확대되면 소비자들이 확실히 인증받은 제품을 보다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미용 브랜드들은 모발 관련 기능성화장품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한 행보를 준비 중이다. 헤어기기 브랜드 제이엠더블유(JMW)의 경우 기능성이 추가된 염모제를 출시할 계획이며, 아직 최종 법안이 확정된 게 아닌 만큼 추이를 지켜보며 상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다양한 브랜드들이 내년 여름 시즌을 겨냥한 기능성화장품 범위의 모발 관련 신제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 내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신소재 개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화장품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광범위하게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새롭게 확장된 기능성화장품 시장을 노리고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능성화장품 인증이 수월해진 만큼 군소 업체가 난립해 무분별한 신제품 출시로 인해 제품의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용 브랜드 뿐 아니라 기존 화장품사들도 기능성 염모, 탈모 등 모발관련 제품 개발, 출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이미 탈모, 자외선 차단 기능성 제품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그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가격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 따라 미용시장 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미용실 경영환경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대형 화장품 브랜드가 모발 관련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식약처에서의 의약외품 재평가 실시로 인해, 의약외품을 보유한 제조업체는 임상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기능성화장품 전환에 대한 입법예고 발표가 나 그동안 준비했던 인력, 시간, 비용이 허무하게 돼 황당한 상황”이라며 “임상자료를 통해 효능효과가 입증되면서, 기능성화장품으로 갑자기 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제조업체에 대한 의견조율 없이 진행됐는데 의약외품 개발을 위해 투자한 제조업체의 노력을 협의 없이 공개적으로 오픈해 안타깝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편 이번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은 지난달 개최된 무역투자진흥회의 후속 조치로 다양한 기능성을 원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기능성화장품 등 프리미엄 화장품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염모, 탈염·탈색 등 5종을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현재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외품 생산실적이 1조8,562억원에 달해 2014년(1조6,579억원)에 비해 12% 증가했다. 그 중 염모제 생산실적은 2,227억원(12%), 탈모방지제 1,495억원(8.1%)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