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매 문제가 글로벌 주요 보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치매 예방법과 더불어 치매에 걸린 이후의 관리법에 대해 명시한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배포해 주목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생활습관적, 사회활동적, 인지활동적 및 의학적 측면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통합적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WHO는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 발생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잘 알려진 대로 ‘나이’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 생활습관 개선 및 동반질환 관리 등 관리 가능한 분야에서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행한 다양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다.
가이드라인은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생활습관적 측면, 사회활동적 측면, 인지활동적 측면 및 의학적 측면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 치매 관리’를 강조한다.
통합적 치매 관리의 주요 12가지 방안은 △활발한 신체 활동 △금연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 섭취 △금주 △인지 중재 훈련 △활발한 사회 활동 △체중 조절 △혈압 관리 △혈당 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우울증 관리 △청력 손실 예방 등 생활습관 개선 및 동반질환 관리다.
청력 손실 예방 시 치매 발생 위험 9%, 금연 시 5%, 고혈압 조절 시 2%, 혈당 조절 시 1%, 비만 조절 시 1%, 활발한 신체 활동 시 3%, 활발한 사회 활동 시 2%, 우울증 조절 시 4%를 줄일 수 있어 합하면 총 35% 가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WHO의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이지만, 치매가 발생한 후 ‘통합적 치매 관리’를 실천하는 환자의 예후가 좋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치매 진단 이후 통합적 치매 관리에는 ‘약물 치료’도 포함된다. 대전한국병원 오건세 신경과장은 “약물 치료는 병의 진행을 늦출 뿐 아니라 비약물적 치료와 통합한 치매 관리 시 치매에 동반되는 다양한 정신행동증상(BPSD)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아 시판중인 치매 약물은 4종류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이 있다.
이 중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정도에 관계 없이 넓은 범위에서 사용 중이다. 올해 영국 옥스포드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가 발표한 정신행동증상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신행동증상(BPSD) 치료를 위해 약물치료의 1차 옵션으로 도네페질을 1일 5-10mg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5~10mg의 용량으로 경도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에 승인을 받은 이후, 23mg 고용량이 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대상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리바스티그민은 경증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 치매, 갈란타민은 경도 및 중증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사용된다. 메만틴은 중등도에서 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 효과가 있다.
오건세 과장은 “치매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통합적 치매 관리를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의 치료 예후는 분명히 차이난다. 통합적 치매 관리를 통해 치매 예방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며, 이미 치매가 발생했다면 통합적 치매 관리 및 약물 치료 병행을 통해 진행을 늦추고 현재의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