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이웃', 이호재 선배님 영면을 추도하며
4일 '건강한 이웃' 초대발행인 이호재 약사 별세
박재환 기자 dir080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7-12-07 12:34   수정 2007.12.07 13:26

'이웃의 건강을 위한 약사모임' 초대대표와 <건강한 이웃> 초대 발행인을 역임(1989-2004)하신 이호재 대표님 (서구 삼신약국)께서 뇌출혈로 12월 4일 화요일 오후 2시경 별세하셨습니다. 7일 금요일 발인 후 '이웃의 건강을 위한 약사모임' 의 추모 의 글 전문입니다.
 
<조사>

회장은 싫다셨습니다.

대표도 싫다셨습니다.
그냥 선배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선배님...

20여년전 20대였던 저로서는 감히 선배라고 부를 수도 없는 어른이셨습니다.

서슬 퍼런 언론 통제 속에서 처음 건강한이웃을 시작할 때 선배님 약국에 사복경찰이 상근한다는 얘길 듣고 전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은 그 경찰을 안쓰럽게 여기셨습니다.

건강한이웃에 로비가 들어 올 때는 마음 한 켠 우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은 일언지하에 자르셨습니다.

 편집팀이 약사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글을 써도 흔들리지 말고 자기 생각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건강한이웃은 화려하고, 있는 자의 편이 아니라 이름모를 들꽃처럼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운영위원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면 절대 개성을 버리지 말고, 무지개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조화를 이뤄 아름답듯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라고 하셨습니다.

선배님은 이 세상의 외압과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 주시고, 저희들을 따뜻한 울안에서 보살피며 바른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안에서 자라나 세상 속을 좀 헤집고 다닐 즈음 그래도 후배라고 제게 이것 저것 의논겸 얘기겸 가족의 건강을 묻곤 하셨습니다.

그러면 전 잘난 척 온갖 것을 읊어댔으면서도 지나치는 말이라도 "선배님 건강은 어떠세요?"라는 말 한마디 여쭙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미욱하고 항상 유혹에 흔들리고 마음의 허영을 떨치지 못한 부족한 후배를 더 끌어주셔야지요.

지난 주 즐거웠던 만남은 저희에겐 축복이었습니다.

그 좋았던 기억때문에 더 아프기도 합니다.

선배님께서 이뻐하셨던 후배들을 비롯한 모든 세상의 짐, 다 내려놓으셨으니 이제 편안하시겠지요.

그렇다면 저희들은 기쁘게 선배님을 보내드려야 하나요?

오늘 지하철에서 부족한 잠을 채우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을 감은 채로 내내 울었습니다.

이러면 안되지만, 오늘만 슬퍼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선배님이 가르쳐 주신 길을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지키고 있는 줄 알면 잘 놀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는 순간 불안해집니다.

불안하긴 하지만, 선배님이 항상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귀한 이별>


선배님

오래전 귀한 만남을 주시듯

또한 귀한 이별을 이렇게 하시는군요.

아직은 아닌데...


못난 후배

앉을 자리 설 자리 가르쳐주시고

당신은

그림자로 그늘로 그윽한 마음으로

후배들 빛나라고 비켜서 주셨지요.


제일 못난 후배

못나게 보이지 않게 하시려고

더 못난 짓을 일부러 하시면서

못난 후배 모나지 않게 덮어주시고

어쩌다 기특한 모습 보시면

어린아이같이 박수치며 기뻐하시던 모습

미처 저희는 배우지도 못하였는데요.


노탐을 염려하시고

노욕을 멀리하시고

후배들 겉늙어 옹심만 붙은

반노인 행세할까봐 경계하시며

함께 할 자리도 물 흐린다시며 굳이 마다하시고

함께하는 마음만으로 분수를 지키는 족함에

갈등없이 당신을 앉혀두시는 깊은 속

미처 저희는 익히지도 못하였는데요.


열흘도 안된 그날 밤

아우님들과 저희 못난 후배들 나란히 앉아

영문도 모르는 즐거운 사랑을 흠뻑 받으며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이야기 맛지게 나누었는데

헤어지기 아쉬워 포장마차 딱딱한 의자도 즐겁게 붙어 앉아

나이는 훌쩍 벗어나 그저 살아가는 뜻을 같이하는 벗으로

날밤지낸 새벽시간을 붙잡고 모두 동지가 되었었는데


그런데

그 날 밤이 살아 생전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선배님의 칠순잔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늦은 안부전화가 영영 작별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살아서 뵙던 앞모습이 복짓는 마음에 몸따라 하시듯

돌아가시는 뒷모습 역시 주위에 누를 끼치지 않으시니

남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숙연한 마음 벗어날 수 없지만

영원한 이별에 서툰 저희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숨길 수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후배 보살피듯 그렇게

당신의 운명도 저만치 비켜 서셔서

모자라는 후배 참한 모습 되기까지 지켜보시며

등두드려 주시고 격려의 추임새도 넣어주신다면

저희들 사랑하는 이웃으로 더불어 살기가 얼마나 수월할까요?

 

선배님

오래전 귀한 만남을 주시듯

또한 귀한 이별을 이렇게 하시는군요.

아직은 아닌데...


하지만 선배님

경계를 넘으면

산 것도 산 것이 아니요

죽은 것도 죽은 것이 아니라는 참말씀

슬픈 이별을 위로하는 잠언으로 삼키고

하여 경계가 없는 피안의 그 어느 자리에서

늘 저희들과 함께 노니시며 연꽃 한송이 피우시기를

모자라는 후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옴마니밧메훔.


                                    2007년 12월 7일

이호재 선배님 영면을 추도하며 <건강한 이웃> 후배들 드림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