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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비대면진료가 마침내 제도권에 정식으로 진입한다. 보건 당국은 '원칙 허용·예외 최소화'를 골자로 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천명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자신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 약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뼈대가 되는 의료법 개정안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도의 실효성을 가를 '약 배송'이 막혀 있고 서비스 이용이 특정 세대에만 편중되는 등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비대면진료를 향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였다. 이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경실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비대면진료 세부 운영 방안을 보고하며 의원급 중심의 전국적 운영 방침을 밝혔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에) 제한 없이 가능한 것이냐”며 이용 장벽에 대해 묻자, 정은경 장관은 “그렇다”고 화답했다. 오남용 우려가 큰 마약류 등 일부 예외 의약품 처방만 제한될 뿐, 물리적·지역적 제약 없이 1차 의원급에서 전면적으로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규제 합리화 기조에 맞춰, 비대면진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부작용 우려 영역만 핀셋으로 통제하겠다는 '네거티브 규제' 선언이었다.
제도 안착을 이끌 의료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통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확정된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동일 증상으로 대면진료 기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단, 희귀질환자나 제1형 당뇨병 환자 등은 지역 제한 예외가 인정돼 병원급 이상 진료도 허용된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유령의원) 운영이 전면 금지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은 '인증제'를 거쳐야 한다. 특히 마약류 등 제한 의약품은 처방을 금지하고 이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해 오남용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공공 중개 기능과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의 구축 근거도 신설됐다.
하지만 제도적 정비 이면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존재한다. 바로 의약품 전달 체계의 혁신이 빠졌다는 점이다. 확정된 의료법 개정안에서 '약 배송'은 현행 시범사업 대상자인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 수급자, 등록장애인,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일반 국민은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받고 전자처방전을 발급받더라도, 결국 겉옷을 챙겨 입고 오프라인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만 한다. 진료는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투약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어 절감된 시간과 이동 편의가 모두 상쇄되는 '반쪽짜리 혁신'인 셈이다.
이러한 물리적 장벽과 디지털 격차는 비대면진료 이용자 통계에서 고스란히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의료 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을 제도화의 최우선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1위 업체 닥터나우의 올 상반기 요청 건수 105만 3400건 중 20대와 30대 비중이 무려 67.6%에 달했다. 반면 정작 거동이 불편해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할 60대는 1.8%, 70대 이상은 0.4%에 그쳤다.
스마트폰 앱 설치와 회원가입, 본인인증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진입 장벽이 고령층을 철저히 소외시킨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영리 플랫폼들은 비만 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가격 알림 기능으로 젊은 층의 '약 쇼핑'을 적극 유인하고 있어,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가 연말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초진 처방일수 일률 제한(7일 이내)' 등의 추가 규제 카드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발표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 정책 현황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호주, 독일 등 6개 선진국 모두 비대면 초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방일수를 일률 제한하는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는 진료 방식이나 재진 여부가 아니라, 전적으로 의사의 '임상적 판단'과 개별 약물의 '위험도'를 기준으로 처방을 관리한다. 고위험 마약류는 철저히 통제하되, 비대면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의약품 처방을 금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조사 대상 6개국 모두 비대면진료 후 환자 자택으로의 의약품 배송을 폭넓게 허용하며 제도의 완결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 일선 의원급 대면진료 현장에서는 감기 등 경증 질환의 처방일수는 보통 5일을 넘기지 않는다. 이는 처방된 약이 환자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고 잠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대면진료 본사업 시행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반쪽짜리 비대면진료가 되지 않으려면 하위법령 설계 과정에서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을 넘어 의약품 재택 수령의 점진적 확대 방안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공공 인프라 지원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12월 본격 시행될 비대면진료는 결국 2030세대와 영리 플랫폼만의 전유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 혁신을 위한 보건 당국의 전향적인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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