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 자동화 흐름 속 '투약 안전' 빠져선 안돼...'약사 대체 불가'
자동화 기기의 핵심은 '환자와 투약 안전'...약사의 업무 영역은 '사람'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12 06:00   수정 2024.03.12 06:01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약제부 황은정 약사는 병원약사회지 41권 1호 특집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환자안전과 투약안전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자동화 기기의 적용에 대해 전했다. ©병원약사회지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로 인해 약사의 업무가 기계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지만, 약사들이 오히려 자동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약제부 황은정 약사는 병원과 약국 등에서 투약 안전을 위한 자동화 기기가 도입되고 있지만, 약사는 사람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해줄 수 있어 기술로 대체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약사는 최근 발간된 병원약사회지 41권 1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환자 안전과 투약 안전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자동화 기기의 적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기술들의 발달이 기존의 업무를 대체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듯이 투약 과정에 관련된 자동화 기술의 적용은 약사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안전’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자동화는 투약 과정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남기고 활용하며 오류를 줄이는 것을 넘어, 약사가 의약품 안전을 위해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업무로 전환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황 약사에 따르면, 현재 병원 약제부서에 적용되고 있는 자동화 기기엔 △ATC(Automatic Tablet Counting and Dis-pensing) △산제 자동 분포기 △TPN(Total Parenteral Nutrition) compounder △항암제 조제 로봇 △ADCs (Automated Dispending Cabinets) △ADS(Automated Ampule Dispending System) △의약품 이송 로봇 △의약품 물류 자동화 로봇 이 있다.

황 약사는 먼저 병원과 약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동화 장비인 △ATC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임상 현장에 더 유용성 높은 장비로 발전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잘못 조제된 의약품들을 확인하는 업무에 대한 개선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조제된 약포지 검증 기능을 포함한 장비의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산제 자동 분포기에 대해 황 약사는 산제 조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보다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감안해,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다양한 산제 형태의 의약품이 개발되고 산제 업무가 더욱 자동화돼 안전한 산제 조제 업무가 가능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제 조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경구 의약품 조제와 관련해 유일하게 조제 가산료가 인정될 만큼 조제 난이도가 높은 조제업무다.

TPN에 대해선, 여러 번의 주사침 삽입 과정을 거쳐야 하는 특성 상 automixer를 사용하게 되면 감염의 우려를 줄일 수 있고 조제 과정이 데이터로 남아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수가 체계 내에선 비용 부담이 크고, 다른 장비들과는 달리 소모품과 의약품 손실 비용도 사용 전에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황 약사는 의약품 물류 자동화 로봇의 병원 내 도입은 병원 내 적정 의약품을 확보하고 적시 공급하며, 따라서 첨단바이오의약품과 같이 더 높은 수준의 의약품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약사를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암제 조제 로봇과 관련해선 장비와 소모품의 높은 비용과 장비 설치를 위한 공간 확보 및 로봇 사용이 불가능한 의약품 제형 등의 한계가 있는 만큼, 병원 도입 시 고려해야한다고 전했다. 의약품 이송 로봇에 있어 건축학적인 부분도 마찬가지.

황약사는 ADCs와 관련해선 “전 세계적으로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활용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도입하기 전에 각 병원과 사용부서, 약제부서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ADCs 운영을 위한 충진 절차, 재고 검토, 적정성 관리,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안전관리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황 약사는 새로운 자동화 기기의 도입을 위해서는 공간, 시설, 예산, 전산개발 등 수 없는 난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각 병원의 상황에 맞는 기기의 선택과 도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모든 기술이 발전할 때 그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 위험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사전에 준비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투약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약사의 업무 영역을 의약품이라는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할 때 진정한 자동화의 가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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