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영역 다툼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향해 한약사가 한약과 한약제제 약사 업무만 담당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한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한약사회 임채윤 회장은 13일 “약사법에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라고만 정의된 한약제제는 약사법에 어떤 품목이 한약제제인지 명시되지 않았고, 한방원리가 무엇인지도 정의가 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현재 한약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의약품이 무엇인지는 복지부도 식약처도 대답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한약사가 면허 범위 외에서 의약품을 조제했다고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사건이 여러 차례 혐의없다고 나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숙 의원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현장질의를 통해 “한약사만 근무하는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한약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복지부가 약사, 한약사 문제를 미룰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약사가 한약과 한약제제 약사 업무만 담당하도록 해결해 달라. 또 식약처에 책임을 넘기지말고 함께 해결하라”고 언급했다.
이에 조규홍 장관은 “항히스타민제를 비롯한 경구피임약은 한약사의 면허 범위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며 “(약사·한약사 면허범위는)오래된 문제고 또 정확히 구분하기 애매한 의약품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식약처, 관련 단체와 진전이 있도록 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대한한약사회는 이날 “일반의약품은 그 취지에 따라 약국개설자가 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것이며, 학부에서 이미 충분한 교육과정을 거쳐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한약사는 약사법에 따라 약국개설자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부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도 현행법상 한약사가 약사와 동등하게 모든 일반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고 분명히 언급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임 회장은 또 약사 출신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서정숙 의원이 한약사 제도와 약사법을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의약분업을 하겠다며 한약사제도를 만든 정부가 30여년간 해당 문제를 모른척하고, 복지부의 장관은 한약사의 법적 권한마저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 든다고도 했다. 그는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한약사의 의약품 취급을 제한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을 시도하고 국정감사에서 언급을 하는 자체가 오히려 현행법상 한약사의 의약품 취급이 문제없다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한한약사회 관계자는 “한약제제 분류에 대해서는 약사, 한약사뿐만 아니라 의사, 한의사 간의 큰 직역 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결코 한약사를 배제한 채 어느 한 직능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결정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약사들이 주장하는 소청룡탕, 갈근탕 등 좁은 범위의 한약제제가 아니라, 센시아, 마데카솔 등 일반의약품과 쉬정, 다이트정 등 의사가 처방내리는 조제용 일반의약품, 움카민시럽, 레이본정 등 전문의약품도 모두 한약제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