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R&D]정부 예산 35조5000억 ‘역대 최대’…"제약바이오에 열리는 기회"
연구 생태계 회복과 기술 주도 성장 두 축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 확대
AI·초격차 전략기술 중심 신약개발 전주기 활용 여지가 커진다
정책 방향을 읽고 R&D 연계 전략을 정교화해야 할 시점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19 12:12   수정 2026.01.19 13:05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여파로 현장 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까지 동반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는 R&D 예산을 확대하며 생명공학 기술과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기반 기업과 연구 조직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합리적인 약가 협의와 함께, 변화된 정책 환경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다. 확대되는 연구개발 재원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연결한다면, 이번 위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약업신문은 보건의료·제약바이오 산업이 선택지와 전략을 점검할 수 있도록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정부는 R&D 예산 기조와 연구 생태계 회복 의지를 담아, ‘연구자가 존중받고 과학이 미래를 바꾸는 투자가 국민주권정부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위축됐던 연구개발 현장에 다시 자원이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 정부 R&D 정책에는 연구 생태계 회복과 기술 주도 성장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정부는 R&D 예산의 주요 방향과 부처별 사업을 공유하기 위해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를 1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설명회 첫날에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국토교통부가 R&D 사업 설명에 나섰다. 설명회는 21일까지 이어진다.

2026년도 정부 R&D 예산은 총 35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 총지출 대비 약 5%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국민주권정부의 첫 번째 R&D 예산이라며, 체질 개선과 혁신 기반의 성장을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기술 공백은 곧 경제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후위기·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같은 구조적 문제 역시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 예산 조정 과정에서 연구 현장이 겪은 어려움을 정부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연구 환경의 안정적 회복을 약속했다.

이번 예산의 구조는 기술 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이라는 두 축으로 나뉜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조정·배분하는 주요 R&D 예산만 30조3000억원에 달한다. 박상민 연구예산총괄과장은 “R&D에 확실하게 투자해 진짜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위축되고 피폐해진 연구 현장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이번 예산의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기술 주도 성장 분야는 제약바이오 산업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는 2조4000억원이 배정됐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임상 설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AI 자체 기술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활용 확산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박 과장은 “독자적인 AI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고속도로를 구현해 AI 기본사회로 전환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초격차 전략기술 분야에는 8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합성생물학, 첨단 바이오 원천기술, 공급망·안보 핵심 기술, 단기간 상용화가 가능한 실전 기술이 주요 대상이다. 박 과장은 “원천기술 선점과 핵심기술 내재화, 실전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 성과 중심 과제에서 벗어나 중장기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 생태계 복원도 이번 예산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개인 기초연구에는 3조4000억원이 배정됐고, 개인 기초과제 수는 1만5000개 이상으로 확대된다. 폐지됐던 기본연구 유형도 복원되며, 최소 연구 기간은 3년 또는 5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신약 타깃 발굴, 질환 기전 연구 등 장기 축적형 연구가 중요한 제약바이오 분야에 의미 있는 변화다.

인재와 출연연 구조 개편도 병행된다. 인재 양성·유치에는 1조3000억원이 투입되며, 출연연에는 4조원이 배정됐다. 연구자가 인건비 부담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PBS(Project-Based System)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PBS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자의 인건비 상당 부분을 개별 연구과제 수주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는 제도다. 과제 확보 부담이 연구자에게 전가되고 단기 및 성과 중심 연구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관리 방식도 달라진다. 정부는 AI 기반 예산 심의·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반복 행정은 줄이고, 전문가 판단의 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박 과장은 “AI AX 사업은 기술적 필요성과 활용 적합성을 기준으로 정밀 검토하겠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AI 워싱(AI washing)’에 선을 그었다.

AI 워싱은 실제 기술적 필요성이나 실질적 활용 가능성 없이, 과제 선정이나 예산 확보를 목적으로 인공지능(AI)을 형식적으로 덧붙이는 행위를 말한다. AI를 핵심 기술로 사용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연구 내용이나 성과와의 연계성이 낮아 R&D 효율을 떨어리고 예산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설명회가 연구자와 부처가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돼,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과 R&D 사업 설계에 충실히 반영되길 기대한다”라며 “정부 R&D 투자가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설명회 둘째 날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6년도 R&D 사업 설명에 나선다.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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