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정보원(이하 약정원)이 감사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폐지한 운영위원회를 회복하는 대신, 책임 부원장 제도와 상임이사회 도입을 추진한다. 그동안 약정원의 뿌리깊은 관행이 문제를 키웠다며 개혁과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약정원 안상호 부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 약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대 집행부는 투명성, 전문성, 혁신성을 경영 방침 키워드로 삼고, 이 세가지 방향성을 달성할 것으로 목표로 삼고 있다”며 10대 집행부의 경영방침과 정관개정, 협정서 개정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투명성은 지금까지 보였던 약정원의 활동이나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하겠다는 뜻. 안 부원장은 집행부가 변경될 때마다 반복되는 조직‧부서 변경과 불명확한 권한위임 체계, 한도없는 법인카드 운영 등 그 동안 약정원 내부에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았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직제 및 정원 규정 신설 △위임전결규정 신설 △법인카드 운영 및 사용세칙 신설 등으로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전문성은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해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한다는 것. 그는 기업 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에 약정원에 대한 평가수준이 최하점수였다며 퇴사자가 증가했던 그간의 문제점은 약정원 이전 운영진의 관행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는 임원의 전문성 확보와 책임 부원장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은 미래 약국 환경 변화에 따라 클라우드 기반의 약국서비스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약정원은 책임이 모호한 운영위원회를 폐지한 대신, ‘간부회의’를 신설해 책임 부원장 및 실장을 참여시켜 각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 부원장은 “운영위원회를 처음 접하고 분석한 결과는 책임이 굉장히 모호하고 비합리적‧비전문적이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운영위는 의사결정을 아주 불명확하고 두루뭉술하게 했고, 이사회까지 통과시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봤고, 정관 개정을 통해 폐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약정원은 정관개정을 통해 상임이사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임시이사회는 이사장과 원장, 부원장 및 상임이사 중 이사장이 임명한 이사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이사장, 간사는 경영기획실장이 맡는다. 기능은 △이사회 부의 안건에 관한 심의 △이사회 승인 사업 집행에 있어 중요한 안건 심의 △긴급한 사항으로 이사회 의결 전 집행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심의 △기타 이사장 또는 원장이 원의 운영에 있어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안건을 심의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15일 열렸던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에서 제기됐던 약사회와 약정원의 협약내용 상당 부분이 변경 또는 삭제된 것에 대한 의혹을 전면으로 받아치며 과거 약정원의 ‘구태’를 개선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달 13일 대한약사회 감사단의 결산 감사 결과, 약정원 전문인력확충과 운영위원회 회복 또는 상임이사회로의 수정, 대한약사회와 약정원 업무 협정을 원상 회복할 것 등을 주문한 것에 대해서도 전면 수용하긴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약정원은 감사단이 요구한 “대한약사회와 약정원 업무 협정을 원상 회복하라”는 주문과 관련해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정관개정을 통해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안 부원장은 “집행부가 지난해 9월에 온 이후 약정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고민하며 올인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합리성에 치중하느라 약사회의 정서적인 부분을 다 이해하지 못한 점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약정원은 이런 부분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앞으로 이런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약사회와 정기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부원장은 "일반 약사 회원들과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월간이나 격주 단위로 분회를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사회 정보통신이사가 패싱됐다'는 논란에 대해선 “이는 약사회 내부 소통 문제로, 약정원이 말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부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약사회가 단절됐거나 누락된 부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