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신현구 박사(엑소퍼트 기술이사), 최병현 박사(고려대 한국인공장기센터 연구교수), 김현구 교수(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최연호 교수(고려대 바이오공학부). 사진=고대구로병원
국내 연구진이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암 6종을 동시에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엑소퍼트 공동연구팀은 엑소좀과 라만신호,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결합해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 6종 암을 동시에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술은 초기 기수 암의 존재를 확인할 뿐 아니라 암의 종류도 식별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사람들이 대화를 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의견 및 정보를 주고받는 것처럼, 세포들도 엑소좀이라는 입자를 이용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영향을 끼친다. 엑소좀들은 세포의 종류 혹은 상태(정상 혹은 질병)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한 후 메시지를 잘 읽어낸다면 원래의 세포 더 나아가 그 세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특정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비교적 쉽게 그리고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암은 초기 단계 발견 시 치료 기회도 많고 생존율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암종 별로 검사법이 서로 달라 검사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며, 특정 암종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팀은 혈액 속 엑소좀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이는 몸속 종양세포의 분자정보를 간직한 상태로 혈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해 차세대 암 바이오마커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암종마다 별도의 방법으로 엑소좀을 검출할 필요 없이, 종합적인 엑소좀의 패턴 변화를 나노기술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한 번의 테스트만으로 6종 암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하고, 표면증강라만분광학 바이오센싱 기술로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을 대변할 수 있는 2만개 이상의 라만신호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6종의 암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했고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정상인 및 암환자의 엑소좀 정보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을 97%의 정확도(ROC 커브의 AUC 기준)로 감지할 수 있었으며, 90%의 민감도와 94%의 특이도를 달성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암의 존재뿐 아니라 평균 90% 이상의 정확도로 암종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 특히 II기 이하의 초기 기수에서도 88%의 암 진단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76%의 환자에서 암종 정보를 정확히 판별해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최연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최근 암 진단 분야의 화두인 다중 암 조기발견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초기 암 환자를 더 빨리 치료 단계로 유도해 사망률뿐 아니라 암 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구 교수는 "고비용의 방사선 영상 진단 방법과 비교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초기 암 진단을 통한 최적의 치료로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기술 특허를 출원함과 함께 실제 진단검사 영역에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개발 및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과 서울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진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피인용지수 17.7)에 지난 24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