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사제, 국민건강 증진 목적…지역약사‧산업약사와 함께 풀겠다”
병약, 올해 중점추진사업 발표…희비 갈린 전문약사제 입장 묻자 “당혹스러워”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3-09 06:00   수정 2023.03.09 06:01
 
병원약사회가 지난 2일 입법예고가 끝난 전문약사제도에 대해 난처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배제된 지역약사·산업약사와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관련 제도가 다음달 8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약사회간 미묘한 입장차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병원약사회는 지난 8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추진할 중점사업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민명숙 전문약사추진단장은 “환자 안전이나 치료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약사의 전문성 강화가 요구되고, 환자의 고령화에 따른 질환의 복잡성이 늘면서 병원약사뿐만 아니라 지역약국과 산업까지도 환자들에게 동일한 전문약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2021년에는 지난 집행부가 대한약사회‧산업약사회와 보건복지부 연구용역도 공동 진행한 바 있고, 전문약사제도협의회를 구성해 하위법령의 여러 세부방안을 복지부에 제출했었다. 그런 만큼 정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에 저희도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문약사는 전문성을 향상시켜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저희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약사회의 올해 중점추진사업은 회원증대 추진, 병원약사 수가 신설, 40년사 발간 등 크게 세가지다. 약사회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개별 TF 조직을 각각 구성했으며, 전문약사추진단과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 등 2개의 상설조직도 신설해 올해 사업계획을 세웠다. 

그 중에서도 전문약사추진단은 △전문약사 법률 하위법령 구체화 △국가전문약사자격시험 시행 추진 및 실행 △국가 전문약사제도 안착 노력 등 크게 3가지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법률에 시행에 앞서 법령 최종안을 도출하고, 대한약사회‧산업약사회 등 관련단체와의 협력을 유지한다는 것. 또 전문과목에서 빠진 ‘의약정보’ 유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자격시험 실행을 위해서는 국가 전문약사제도 운영기관과 관련기관을 지정하고, 시험 실행 준비와 교육 정비, 병원약사회가 주관하는 전문약사 재인증을 지속한다는 내용이다. 

관련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전문약사 관련 연구를 진행해 성공모델을 제안할 계획도 잡았다. 

이에 따라 병원약사회는 입법예고 기간 중 △전문과목에 ‘의약정보’ 추가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전문과목 신설이 가능한 조항 추가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민 단장은 “의약정보 전문약사는 고도화된 의약정보 관리를 통해 의약품 효과와 안전성을 모니터링하며, 근거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DUR 관련 정보 제공과 관리, 빅데이터 관리, AI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며 “약물이상반응의 탐지‧보고‧평가‧예방 등 의약품 사용의 모든 단계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춤으로써 환자 안전과 치료성과 향상에 반드시 필요한 전문분야”라고 강조했다. 

또한 병원약사회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던 다제약물관리사업을 올해도 9개월간 진행한다. 

조윤숙 교육담당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11개월간 진행한 다제약물관리사업 병원모형은 환자들에게 94.9점의 서비스 만족도를 받았고, 이들의 30.9%에게는 불필요하게 복용하거나 유사효능 중복, 부작용 위험이 있는 처방약을 조정해 사업 미참여자에 비해 응급실 방문 위험을 0.63으로 감소시켰다”며 “올해는 다음달부터 오는 12월까지 9개월간 3000명을 목표로 시범사업을 연장 추진한다. 만성질환을 1가지 이상 진단받고 상시 복용약 성분이 10개 이상되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상자다. 이들에게 약사‧의사‧간호사로 구성된 병원 다학제팀은 약물 평가 및 조정, 퇴원 약물 점검, 모니터링, 지역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윤숙 부회장은 다제약물관리사업에서 전문약사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저희 병원의 경우 다제약물관리사업을 전담하는 약사가 노인전문약사다. 노인 환자는 약물의 흡수‧대사‧배설이 일반 성인의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약을 먹더라도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고 접근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여기에 내분비약료와 심혈관계약료 전문약사들이 함께 해서 다학제적인 활동과 처방을 하고 있다”며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이 본사업이 되면 전문약사가 합류할 수밖에 없다. 또 의사들과의 소통에도 훨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다제약물관리사업 성과를 보다 현실감있게 전달했다. 그는 “병원에 노인 환자가 골절로 입원을 하게 되면 먹고 있는 약을 가져오게 된다. 약제팀에서 자가약이라고 해서 약품식별을 하게 되는데, 스무가지 이상도 있고 다양한 약을 드신다. 위장약만 세가지에 소염진통제, 혈압약에 두통약이 추가되기도 하면서 엔세이드 계열 약이 2~3개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약사가 다제약물관리를 하면 제일 만족하는 사람은 환자다. 본인이 먹고 있는 약을 알 수 있게 구분해주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94.9점이라는 서비스 만족도는 그냥 나올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의사들은 환자들이 가져온 약을 일일이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면 너무 좋아한다. 환자가 퇴원상담할 때 약사가 약 종류별로 어떤 약은 지역병원에서 처방 받아야 하는지, 또 어떤 약이 복용 중이어서 처방 시 빼야 하는지 등 모든 처방 관련 상담을 제공한다. 퇴원상담까지 해주기 때문에 간호사도 좋아한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는 약사들에게 이 사업을 소개할 때 의사, 약사, 환자, 간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태 병원약사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포스트팬데믹 시대를 여는 비상하는 병원약사’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고령사회화에 따른 환자군의 변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약사직능 변화 등 변화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잘 파악해 병원약사 직능을 발전시키고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문약사제도는 기존 운영준비단을 전문약사추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20년부터 4년째 시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사업 병원모형 시범사업은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추진 중인 사업 제도화 및 수가 신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며 “약제업무 효율성 향상에필요한 지침과 자료개발 및 국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학술대회 국제세션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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