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좋아도 공급망 없으면 사업화 끝” 글로벌 투자자의 경고
DCI Partners “임상 성과만으론 부족…해외 제조·동위원소 공급계획까지 평가”
퓨쳐켐 “FC705 미국 2a상 ORR 38.9%…글로벌 3상 자금·파트너 확보 관건”
인트라링크스 “거래 건수 줄고 대형화…CMC·임상 데이터·전략적 적합성이 핵심”
권혁진 기자 │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28 14:38   수정 2026.10.28 14:40
(왼쪽부터)강건욱 서울대학교 교수, 지대윤 퓨쳐켐 대표, 정승욱 DCI Partners 벤처파트너, 박성환 인트라링크스 코리아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방사성의약품은 일반 항암제와 다릅니다. 후보물질이 아무리 우수해도 방사성동위원소 공급망이 없으면 사업화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는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사업화 역량까지 평가합니다.”

방사성의약품 기술이전에서 후보물질의 효능만으로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는 임상 데이터뿐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 공급망과 제조·품질관리(CMC), 해외 임상 실행력까지 검증한다.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경쟁력도 후보물질의 효능을 넘어 글로벌 사업화 역량에서 갈리고 있다.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세션 ‘한국 RPT 시장의 현실 경쟁력: 누가, 어떻게 딜할 것인가’에서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기술이전·투자 전략을 논의했다. 강건욱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지대윤 퓨쳐켐 대표, 정승욱 DCI Partners 벤처파트너, 박성환 인트라링크스 코리아 대표가 참여했다.

방사성의약품 치료(RPT)는 암세포 등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에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연결해 표적 조직에 방사선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나면 방사능이 감소하는 반감기 특성이 있어 생산시설과 병원 간 거리, 운송시간,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

강 교수는 “노바티스의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엔도사이트 인수, BMS의 레이즈바이오 인수, 일라이릴리의 포인트바이오파마 인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다”며 “한국에도 진단·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연구하고 임상에 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연구용 원자로와 의료용 사이클로트론 등 생산 인프라 확충 움직임을 소개하며 “공급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퓨쳐켐 “미국 2a상 성과 확보…3상 비용·기술이전이 관건”

지대윤 대표는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루도타다이펩)’를 사례로 글로벌 임상과 기술이전의 현실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FC705는 전립선암 세포에서 발현이 높은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 루테튬-177을 전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다.

지 대표는 “FC705의 미국 임상 2a상 결과가 최근 나왔다. 국내 임상 3상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후기 임상을 진행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퓨쳐켐이 지난 23일 공개한 미국 임상 2a상 톱라인에서 전체 등록 환자 20명 중 종양 반응 평가가 가능한 18명을 분석한 결과, 완전반응 5명과 부분반응 2명이 확인됐다. 객관적반응률(ORR)은 38.9%다. 다만 후기 임상 성공이나 경쟁 약물 대비 우월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안전성과 장기 생존지표에 대한 최종 분석도 남아 있다.

임상 성과를 글로벌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최대 과제는 개발 자금 확보와 기술이전 시점이다. 지 대표는 미국 임상 3상에 1억~2억달러 수준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국내 임상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작지만 미국에서 3상을 진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어떻게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거나 투자금을 확보할지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조기 기술이전으로 개발 자금을 확보할 것인지,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를 높여 자산가치를 확대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계약 총규모보다 실제 확보하는 선급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향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DCI Partners “임상 데이터만으론 부족…공급망·제조 역량이 투자 기준”

정승욱 벤처파트너는 방사성의약품 투자가 일반 항암제와 다른 평가 기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뿐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 조달, 생산시설, 해외 공급 체계를 초기 단계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파트너는 “일반 항암제라면 생산과 물류 실사를 투자 후반부에 진행할 수 있지만 방사성의약품은 다르다. 공급 계획이 없으면 후보물질의 가치 자체가 실현되기 어렵다”며 “자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을 실제 사업으로 만들 기업의 역량을 본다”고 말했다.

핵심 투자 기준은 개발팀의 전문성,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계획, 투자자 간 공동투자 구조다. 특히 방사성의약품은 생산시설과 동위원소 확보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초기 투자 이후 후속 자금조달 능력까지 중요하다.

그는 “핵심 개발인력 중 방사성의약품 분야 경험을 갖춘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생산시설과 동위원소 공급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 누가 투자를 주도하고 후속 자금을 책임질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확보한 임상 데이터의 해외 적용 가능성도 투자 심사의 핵심이다. 한국 환자군에서 확인한 치료 효과가 해외 환자군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 현지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글로벌 사업화의 전제조건이다.

정 파트너는 “한국에서 나온 결과가 다른 국가의 환자군과 의료 현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 해외에서 동위원소를 어떻게 조달하고 제품을 운송할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겠다는 답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구개발 성과를 임상과 사업화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술의 우수성만큼 이를 실행할 기업의 전문성과 사업개발 역량이 투자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인트라링크스 “거래 건수 감소·대형화…CMC·데이터 완성도가 승부”

박성환 대표는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거래가 건수 중심에서 대규모 전략적 거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 산업 분석에 따르면, 인수합병(M&A), 기술이전, 투자 및 장기 공급계약 등을 포함한 방사성의약품 분야 거래 건수는 2024년 21건에서 2025년 12건으로 감소했고, 2026년 8월까지는 10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공개된 거래금액은 약 90억달러로, 거래 건수 감소에도 대형 계약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8월 3일 발표된 큐리움의 랜테우스 인수계약이다. 거래 규모는 조건부 지급액을 포함해 최대 80억달러다. 큐리움은 자사의 글로벌 제조·공급망과 랜테우스의 미국 방사성의약품 진단 사업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후보물질 하나가 아니다. 방사성동위원소 전문성, CMC, 지식재산권, 공급 네트워크까지 함께 확보하려 한다”며 “혁신성과 실제 사업화 역량을 분리해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형 거래의 성패를 가르는 또 다른 요소는 기술실사 대응 능력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후보물질의 효능뿐 아니라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 제조공정의 재현성, 품질관리 체계, 규제 문서의 완결성을 검증한다.

박 대표는 “우리는 약물 자체뿐 아니라 그 기술과 혁신이 왜 인수기업의 전략에 맞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임상 데이터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CMC를 포함한 국제공통기술문서(CTD)가 정리돼 있어야 거래가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지 대표가 미국 임상 3상 자금조달과 글로벌 파트너 확보 방안을 묻자 박 대표는 인수기업과의 전략적 적합성을 핵심으로 짚었다. 기술적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상대 기업의 개발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춰 자산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 기업이 어떤 기술과 자산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그 전략적 적합성에 맞춰 데이터와 개발 계획을 제시해야 실제 거래가 움직인다”고 조언했다.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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