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난제는 ‘끊임없이 변이하는 RNA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이다.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기존 치료제나 백신은 변종이 나타날 때마다 유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바이러스 복제의 근본 메커니즘을 정조준한 국내 바이오텍이 있다.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RNA 바이러스 감염병(Disease X) 대비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국책 R&D 과제에 최종 선정된 백스다임의 김성재 대표를 통해 이번 연구의 과학적 의의와 개발 전략을 들어봤다.
김성재 백스다임 대표에 의하면 이번에 선정된 국책과제는 ‘RNA 바이러스 복제 핵심 플랫폼인 이중막 소낭을 표적으로 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치료제 개발’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 향후 닥쳐올 수 있는 미지의 신·변종 RNA 바이러스 감염병(Disease X)에 폭넓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 플랫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치료제의 핵심 작용 기전인 '이중막 소낭(DMV)' 표적 원리에 대해 김 대표는 "RNA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면 세포 내 소기관 막을 변형시켜 자신만의 복제 공장인 ‘이중막 소낭(Double-Membrane Vesicle, DMV)’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증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이가 잦은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대신, 모든 RNA 바이러스가 증식의 필수 경로로 활용하는 DMV 형성과 작동을 정밀 차단하는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 체계에 대해 김 대표는 기초 바이러스학 연구 역량과 기업 플랫폼 기술의 결합을 꼽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상욱·신구철 교수 연구팀이 주관연구개발기관을 맡아 총괄하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김균환 교수 연구팀과 백스다임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유효성 검증, 비임상 시험까지 긴밀히 협력하게 된다.
연구비 지원과 일정에 대해 김 대표는 "단계별 성과평가를 거쳐 최대 4년간 총 29억 원 규모의 국비가 투입된다"며 "1단계 2년간 9억 2,500만 원을 지원받아 선도 물질 도출과 비임상 평가를 진행하고, 2단계 진입 시 19억 7,5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대형 R&D를 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는 "글로벌 팬데믹을 겪으며 미래 미지의 감염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백신 플랫폼뿐만 아니라 변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 확보가 국가적 필수 과제임을 절감했다"며 "이번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확고히 입증하고, 국가 감염병 안보 및 글로벌 R&D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 때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속도는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웠다. 백스다임이 학계와 손잡고 착수한 '이중막 소낭(DMV)' 타깃 치료제는 변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플랫폼 접근이라는 점에서 약업계의 기대가 남다르다.
탄탄한 산학 협력 연구 역량과 민첩한 벤처의 실행력이 결합한 이번 프로젝트가 국가 감염병 안보의 확실한 방파제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