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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개발 경쟁에서 ‘안정적인 링커’라는 설명만으로는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체내에서 약물-항체 비율(DAR)이 어떻게 변하고, 페이로드가 어떤 형태로 남거나 이탈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분석 역량이 후보물질 선별과 임상·규제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겉으로는 링커가 안정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항체에 붙어 있던 약물이 계속 떨어져 나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ADC(항체약물접합체)는 표적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에 고활성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치료제다. 현재 항암 ADC에는 주로 세포독성 저분자 약물이 페이로드로 쓰인다. 링커는 혈중에서 충분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표적 세포에 유입된 뒤 절단되거나, 항체가 세포 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활성 페이로드 또는 대사체를 방출하도록 설계한다.
그러나 혈중 안정성을 높일수록 효능과 안전성이 함께 개선된다는 공식은 임상 데이터에서 일관되게 성립하지 않는다.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신영근 교수(한국 PBSS 회장)는 20일 PBSS(Pharmaceutical & BioScience Society International, 국제제약생명과학협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항체약물접합체의 링커 안정성, DAR, 약동학 및 대사체 평가-진실과 오해’ 세미나에서 ADC의 시험관 내·생체 내 링커 안정성, DAR, 약동학(PK), 대사체·이화산물 분석에서 평가법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개발 과정에서의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신 교수는 “ADC 링커는 최대한 안정하게 만드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라며 “약물이 종양에 도달한 뒤 적절한 시점과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방출되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DC의 체내 거동을 판단하려면 총 항체와 접합 항체, 접합 페이로드, 유리 페이로드를 함께 측정하고 시간에 따른 DAR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며 “총 항체와 접합 항체의 약동학 곡선이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링커가 안정하다고 결론 내리면 실제 탈접합과 DAR 변화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PBSS는 제약·생명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영리 전문단체로, 북미와 아시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세미나, 집중 워크숍, 심포지엄, 웨비나,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과학적 아이디어 교류와 전문가 간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임상 성공 ADC도 7일 후 접합 약물 절반 감소
약물-항체 비율(drug-to-antibody ratio, DAR)은 항체 한 분자에 평균적으로 몇 개의 페이로드가 결합했는지를 나타낸다. DAR이 시간에 따라 감소한다는 것은 페이로드 또는 링커-페이로드 복합체가 항체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DAR이 높은 ADC 분자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제거된다는 의미다.
2026년 Annals of Oncology에 게재된 ‘항체약물접합체 링커 안정성 재평가: 평가, 해석 및 임상 전환(Re-evaluating Antibody–Drug Conjugate Linker Stability: Assessment, Interpretation, and Clinical Translation)’ 연구는 링커 안정성만으로 ADC의 효능과 독성, 임상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논문과 발표자료에 따르면, 말레이미도카프로일(maleimidocaproyl, MC) 결합은 다수의 승인·임상 ADC에 활용됐다. 이 가운데 일부 ADC에서는 혈장 내에서 약 7일이 지나면 접합 약물의 약 50%가 항체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그럼에도 해당 계열의 ADC들은 임상에서 유효성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을 보였다.
신 교수는 “안정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링커라고 볼 수 없고, 안정성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링커인 것도 아니다”라며 “분석의 목적은 체내에서 어떤 형태의 물질이 생성되고, 그 물질이 효능과 독성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링커 불안정성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링커와 페이로드 사이가 끊어지면 유리 페이로드가 방출된다. 항체와 링커 사이가 끊어지면 링커-페이로드 복합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다.
말레이미드(maleimide) 계열에서는 항체에서 이탈한 링커-페이로드가 혈중 알부민의 티올기와 다시 결합해 알부민-약물 접합체 형태로 순환할 수 있다. 유리 페이로드만 측정해서는 체내에서 일어난 탈접합과 대사 변화를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겹친 PK 곡선, 링커 안정성의 증거 아니다
ADC 약동학에서는 총 항체(total antibody, tAb), 접합 항체(conjugated antibody), 접합 페이로드(conjugated payload), 유리 페이로드 등을 구분해 측정한다.
총 항체는 페이로드가 남아 있는 항체와 페이로드가 완전히 떨어진 DAR 0 항체를 모두 포함한다. 접합 항체는 페이로드가 최소 한 개 이상 붙어 있는 항체 분자를 측정한다. 접합 페이로드는 항체에 남아 있는 페이로드의 총량을 반영한다. 접합 페이로드와 총 항체를 몰 농도로 환산해 비교하면 특정 시점의 평균 DAR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총 항체와 접합 항체의 PK 곡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링커가 안정하다고 해석하는 경우다.
신 교수가 발표에서 제시한 가상 사례를 보면, 초기 DAR이 8인 ADC에서 페이로드의 75%가 떨어져 평균 DAR이 2까지 낮아져도 상당수 항체에는 한 개 이상의 페이로드가 남는다. 이 항체들은 모두 접합 항체로 검출되기 때문에 총 항체와 접합 항체 곡선이 거의 겹쳐 보일 수 있다. 실제 DAR 감소가 분석 결과에서 가려지는 셈이다.
신 교수는 “총 항체와 접합 항체의 곡선이 겹쳤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링커는 안정하다’고 결론 내리면 잘못된 해석에 도달할 수 있다”며 “특히 초기 DAR이 높은 ADC일수록 이러한 착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 페이로드 농도가 낮다는 결과도 링커 안정성을 직접 증명하지 못한다. 혈중 농도는 페이로드의 생성 속도뿐 아니라 조직 분포와 제거 속도를 함께 반영한다. ADC 분해를 통해 페이로드가 생성되더라도 혈액에서 빠르게 제거되거나 조직으로 분포하면 혈중 농도는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신 교수는 “유리 페이로드가 적게 측정됐다는 이유로 링커 안정성이 높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시간에 따른 평균 DAR과 DAR 분포의 변화를 함께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DAR 변화만으로 링커 탈접합과 고DAR 분자의 선택적 제거를 완전히 구분할 수는 없다. 총 항체, 접합 항체, 접합 페이로드, 유리 페이로드와 대사체 데이터를 함께 해석해야 체내 거동을 구체화할 수 있다.
ELISA냐 LC-MS냐보다 ‘무엇을 정량했는가’가 핵심
분석 플랫폼의 이름만으로 결과의 신뢰도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항페이로드 항체로 ADC를 포획하고 항체의 Fc 부위를 검출하는 대표적인 효소결합면역흡착법(ELISA)은 페이로드가 한 개 붙은 항체와 여러 개 붙은 항체를 동일한 한 분자로 인식한다. 이 분석 형식은 DAR 변화에 둔감한 DAR 비민감형 결과를 낸다.
반면 면역포획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MS)으로 항체를 포획한 뒤 결합된 페이로드를 선택적으로 절단해 정량하면 DAR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LC-MS/MS를 사용했다고 모든 분석이 DAR 민감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항체 유래 대리 펩타이드만 정량하면 DAR이 달라도 동일한 항체 농도로 계산될 수 있다. 분석 장비보다 포획 대상과 절단 방식, 최종 정량 대상이 더 중요하다.
신 교수는 “분석 장비의 이름보다 무엇을 포획하고 무엇을 정량했는지가 중요하다”며 “LC-MS를 사용했더라도 DAR 비민감형 방법일 수 있고, 분석법을 잘못 선택하면 같은 ADC를 두고 전혀 다른 안정성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약학과학자협회(AAPS) ADC 워킹그룹이 2026년 7월 공개한 생체분석 권고안도 총 항체, 접합 항체, 접합 페이로드, 유리 페이로드, 활성 대사체와 평균 DAR을 개발 단계에 맞춰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 지침은 접합 페이로드 특성과 시간에 따른 DAR 변화를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분석법 선택이 연구 지원을 넘어 규제 전략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더 안정한 링커가 더 나은 PK를 보장하지 않는다
링커 안정성을 높여도 약동학이 반드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Annals of Oncology 논문이 서로 다른 임상 1상 자료를 간접 비교한 결과, 상대적으로 안정한 일라다투주맙 베도틴은 폴라투주맙 베도틴보다 접합 페이로드 노출이 약 4배 높았지만 유리 페이로드 노출은 유사했다.
비임상 영장류 자료에서도 안정성을 높인 Nectin-4 표적 ADC ‘9MW2821(bulumtatug fuvedotin)’은 ‘엔포투맙 베도틴’보다 높은 제거율을 보였다. 두 후보물질은 항체 서열과 접합 방식, 소수성 등 다른 특성도 달라 링커 안정성만으로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논문은 ADC의 체내 거동이 링커 안정성뿐 아니라 항체, 페이로드, DAR, 소수성, 표적 발현, 세포 내 분해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링커 안정성을 강조한 PK 그래프라도 실제 DAR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후보물질을 잘못 평가할 수 있다”며 “개발 단계에서 분석 대상과 분석법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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