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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외소포·엑소좀(Extracellular Vesicles·Exosome)이 질병을 읽는 바이오마커와 더불어 RNA·단백질·면역조절 물질을 원하는 조직에 보내는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엑소좀학회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KSEV 프런티어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심장질환, 외상성 뇌손상, 암 면역치료 등을 타깃으로 한 EV 기반 연구가 소개됐다.
세포외소포(EV)는 세포가 밖으로 내보내는 아주 작은 막성 입자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세포는 EV 안에 RNA, 단백질, 지질 같은 생체 정보를 담아 다른 세포로 보낸다. 쉽게 말해, EV는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작은 운반체’다.
엑소좀(exosome)은 EV의 한 종류로, 세포 안의 엔도좀(endosome) 경로를 거쳐 밖으로 나온 소형 EV를 가리킨다. 다만, 실제 연구에서는 개별 입자의 생성 경로를 모두 확인하기 어려워, 최근에는 크기 기준 표현인 소형 세포외소포(small extracellular vesicles, sEV)도 함께 사용한다.
EV는 RNA, 단백질, 지질 등 생체 신호를 담아 다른 세포로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산업계가 EV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V 안의 물질은 질병 상태를 반영하는 진단 신호가 될 수 있고, EV 자체는 치료 물질을 운반하는 전달체가 될 수 있다.
“심장 질환, 엑소좀으로 읽고 표적 전달로 치료한다”
정보영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심장비대, 심근경색에서 EV의 진단·치료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정 교수는 “엑소좀 안에는 여러 물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뽑아 측정하면 암이나 심장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콘셉트가 있다”고 말했다.
진단 연구의 출발점은 혈액 속 엑소좀이다. 정 교수 연구팀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와 상심실성 빈맥 대조군을 비교해 혈청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microRNA, miRNA) 변화를 분석했다. mi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짧은 RNA다.
연구팀은 53개 차등 발현 miRNA를 확인했고, miR-103a, miR-107, miR-320d, miR-486, let-7b 등 5개 miRNA는 4.5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전기적·구조적 리모델링, 섬유화, 칼슘 신호전달 등 심방세동 병태와 관련된 경로에 풍부하게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후속 연구에서는 장쇄 비암호화 RNA(long non-coding RNA, lncRNA)도 다뤘다. lncRNA는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지만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는 긴 RNA다. 그는 “혈청에서 엑소좀을 뽑아 분석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특정 질환에서 물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OC107986997은 지속성 심방세동을 구분하는 후보 바이오마커로 제시됐고, 진단 성능을 나타내는 AUC는 0.766이었다.
치료 연구의 핵심은 표적 전달이다. 정 교수는 “심장은 제일 안 가는 조직 중 하나”라며 “간이나 폐는 주면 잘 가지만 심장은 잘 가지 않아, 심장으로 잘 가는 캐리어를 개발하려는 고민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각 연구에서 심장 표적 펩타이드(cardiac targeting peptide, CTP) 개질 EV 또는 자성 나노베지클을 활용해 짧은간섭 RNA(small interfering RNA, siRNA), 유전자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메신저 RNA(mRNA) 전달을 각각 검증했다.
NOX4 siRNA를 실은 ‘CEVs@siNOX4’는 안지오텐신 II로 유도한 심장비대 동물모델에서 비대, 섬유화, 좌심실 기능 저하를 완화했다. NOX4는 산화스트레스와 관련된 효소로 심장비대와 섬유화에 관여한다. 이어 miR-34a를 표적으로 하는 Cas9 리보핵단백질 복합체(RNP)를 CTP 개질 EV에 실은 ‘T-EV@RNP’는 심근경색 모델에서 경색 크기를 줄이고 심장 기능 지표를 개선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CTP 개질 중간엽줄기·기질세포(MSC) 유래 나노베지클에 IL-10 mRNA 탑재 지질나노입자(LNP)를 결합하고, anti-CD63·anti-MLC3 항체가 붙은 자성 나노입자를 더한 ‘m10@T-MNV’ 플랫폼도 제시했다. IL-10은 염증 반응을 낮추고 M2 유사 대식세포 전환을 유도하는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
다만 정 교수는 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엑소좀 수율이 워낙 작기 때문에 엑소좀만 가지고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EV와 나노입자를 같이 보면서 표면을 조절하는 방식이 딜리버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성 뇌손상, EV를 손상 부위에 오래 머물게”
한인보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외상성 뇌손상(TBI)을 겨냥한 EV-바이오소재 복합 플랫폼을 발표했다. 외상성 뇌손상은 사고나 충격으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압 조절, 혈종 제거, 재활치료가 이뤄지지만 기능 회복을 직접 유도하는 재생치료제는 제한적이다.
한 교수는 “외상성 뇌손상은 질병 부담이 매우 크지만, 현재 치료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영구적인 신경학적 장애가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재생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 연구팀은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신경전구세포에서 EV를 확보했다. 이후 디페록사민(deferoxamine)을 처리해 저산소 유사 환경을 만들었다. 저산소 프라이밍은 EV 안에 신경영양, 혈관신생, 항염증 관련 신호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한 교수는 “저산소 프라이밍을 통해 EV 기능을 강화하면 신경발생, 혈관신생, 항염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달체로는 젤라틴 기반 주입형 생체직교 하이드로젤 ‘BIOGEL’을 사용했다. ‘BIOGEL’은 EV를 손상 부위에 오래 머물게 하고 천천히 방출하도록 설계한 바이오소재다. 한 교수는 “바이오젤은 뇌의 미세환경과 유사한 기계적 특성을 갖고, 주입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랫드 외상성 뇌손상 모델에서 ‘BIOGEL’ 기반 저산소 프라이밍 EV는 피질 손상 부피를 줄이고 신경학적·운동 기능 회복을 개선했다. 조직학적·분자생물학적 분석에서는 해마 신경발생 증가, 수초화 개선, 신경염증 감소, 재생 친화적 조직 리모델링이 확인됐다.
한 교수는 투여 경로도 질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에는 비침습적인 비강 투여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뇌 도달률은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다”며 “중증 손상에서는 척수강 내 투여나 직접 투여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EV 치료제가 임상으로 가기 위해 효능뿐 아니라 투여 경로, 체류 시간, 방출 속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노베지클, 면역세포를 재설계하는 도구로”
이주로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세포유래 나노베지클을 활용한 표적 면역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세포유래 나노베지클은 세포막 특성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표면공학을 통해 표적성, 안정성, 면역조절 기능을 높일 수 있는 입자다.
이 교수는 “정맥주사한 나노물질은 전신에 분포하고 간이나 신장에서 제거된다”며 “질환 부위로 가는 비율을 높이면 치료창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 표면을 엔지니어링해 특정 세포나 조직을 타깃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첫 번째 전략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도입한 중간엽줄기·기질세포 유래 나노베지클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심장 직접 주입 후 외부 자기장으로 이 나노베지클의 손상 심장조직 내 체류를 높였다. 이 전략은 염증 반응을 회복 방향으로 전환하고, 세포사멸과 섬유화를 줄이며, 혈관신생과 심기능 회복을 촉진했다.
두 번째 전략은 사멸세포 유래 나노베지클을 덱스트란과 허혈성 심장 표적 펩타이드로 개질하는 방식이다. 덱스트란은 대식세포(macrophage) 흡수를 유도하기 위해 활용됐다. 이 교수는 “질환 부위의 염증성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사멸세포와 유사한 나노베지클을 공급해 대식세포 반응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 번째 전략으로 암 면역치료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N1 호중구 유래 나노베지클에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 제거 기능을 더한 플랫폼을 제작했다. N1 호중구 유래 나노베지클은 종양 내 호중구에 흡수돼 수지상세포 활성, B세포와 CD8 양성 T세포 반응, M1형 대식세포 전환을 유도했다. 그 결과, 종양미세환경은 면역 억제 상태에서 염증성·면역 활성 상태로 바뀌었다.
이 교수는 “나노베지클이 호중구에 의해 치료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중구를 제거했더니 효과가 줄었다”며 “이 플랫폼은 호중구 의존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KSEV 프런티어 심포지움에는 세 연사 이외에도 김일진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조용우 엑소스템텍·한양대 교수, 임준혁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박장환 범부처재생의료사업단장, 조종기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조영은 국립경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안주현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또 홍종욱 KSEV 회장(한양대)이 인사말을, 김수 EVIA 회장(브렉소젠)이 축사를 맡았으며, 홍종욱 회장과 강경진 대한미용의학회 이사장이 한국엑소좀학회·대한미용의학회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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