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이 바꾼 뷰티 시장, ‘참여’로 ‘신뢰’ 이끌어내야
런치매트릭스, “단순 ‘노출’은 장기적 전략 될 수 없다” 지적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21 06:00   수정 2025.11.21 06:01

2025년 상반기, 뷰티 시장에서 틱톡(TikTok)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패션·뷰티 데이터 분석기업 런치매트릭스(Launchmetric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The Landscape of Beauty 2025’에 따르면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과 입증된 효능을 중시하며 틱톡을 통해 제품을 발견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뷰티산업 전체 성장률은 0.8%에 머물렀지만, 매스마켓과 SNS 기반 브랜드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런치메트릭스는 “특히 틱톡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브랜드 간 접점이 ‘광고 노출’에서 ‘참여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뷰티 마케팅 플랫폼 중 틱톡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틱톡의 2025년 상반기 MIV 기준 성장률은 약 37%로 2위 샤오홍슈·인스타그램(4%)의 약 9배에 달했다. ⓒ런치매트릭스

플랫폼 중심 전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로는 K-뷰티 브랜드인 ‘VT 코스메틱’이 꼽혔다. 브이티는 2025년 상반기 MIV(Media Impact Value)가 전년 대비 233% 증가해 신흥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MIV는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전반에서의 노출·참여도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브랜드 영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브이티는 마이크로니들링 기술을 접목한 ‘리들샷’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면서 앱 내 MIV가 2070% 급등했고, 인플루언서 커버리지는 414% 확대됐다. 보고서는 브이티가 “합리적 가격과 실질적인 효능을 내세워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며 “플랫폼 중심 시장에서 브랜드가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경로”라고 평가했다.

틱톡의 파급력은 뷰티 브랜드의 생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보고서는 “소비자 신뢰가 약화된 시기에는 가격이 아닌 ‘존재감’이 브랜드를 결정한다”고 분석하며 “꾸준한 노출과 소비자 참여에 투자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구매로 이어진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SNS 팔로워 수나 조회수보다는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관계의 지속성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로드(rhode)는 틱톡 생태계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모델 출신 사업가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가 전면에 나선 로드는 2025년 상반기 MIV가 58% 상승하며 상위 20개 뷰티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틱톡 내 브랜드 해시태그 영상은 제품 사용감과 리뷰 중심의 ‘소비자 피드백형 콘텐츠’로 확산됐고, 이를 통해 로드는 참여형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보고서는 “바이럴은 잠깐의 관심일 뿐, 현실 세계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브랜드 가치가 된다”며 “로드는 플랫폼 내 화제성을 실제 구매와 신뢰로 연결한 틱톡 기반 브랜드 성장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후다뷰티(Huda Beauty) 또한 틱톡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전략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MIV는 6억39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하며 글로벌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의 MIV가 7310만 달러에 달했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성장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틱톡과 샤오홍슈에서 지역의 문화 코드를 반영한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패턴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인 틱톡은 26%의 비중으로 인스타그램(44%)에 이어 뷰티 마케팅 채널 2위를 차지했다. 

틱톡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행동 변화는 콘텐츠 구조뿐 아니라 마케팅 투자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소비자 수요를 해독하라(Decode the Demand)”고 조언한다. 전문숍 수준의 품질, 합리적 가격, 진정성 있는 향, 낮은 진입장벽 등 실제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포착해 대응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정 제품이 순식간에 화제가 될 수 있는 틱톡 환경에선 속도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즉시성’은 브랜드 협업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헤어케어 브랜드 로라비(LOLAVIE)는 2025년 초 레어뷰티(Rare Beauty)와 공동 론칭 이벤트를 진행해 1주일 만에 상반기 전체 MIV의 3분의 1을 창출했다. 보고서는 “짧은 기간의 협업이라도 타이밍이나 파트너 조합에 따라 결정적 마케팅 전환점이 된다”고 봤다.

근래엔 뷰티 산업의 마케팅 구조 전반이 틱톡 생태계 확장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보고서는 “바이럴로 얻은 화제성을 실제 성과로 전환하는 전략이 브랜드의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조회수 중심의 홍보는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들이는 ‘환경과 정서적 배경’을 포함하는 문화적 맥락(cultural context) 속에서 브랜드가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브랜드가 미디어 파트너십·인플루언서 등과의 협업으로 ‘플랫폼 밖에서의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뷰티 시장에선 ‘참여’와 ‘전환’이 중심 축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어떻게 플랫폼 내 참여를 이끌어내고, 실질적 가치로 전환하느냐가 시장 성과를 결정한다. 보고서는 “틱톡 중심의 시장에서도 신뢰의 지속성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결국 성공한다”는 결론을 제시하며 단기적인 화제보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꾸준히 쌓는 전략이 장기 성장을 이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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