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 특허만료 카운트다운…비만치료제 2막 열린다
2026년부터 중국, 캐나다, 인도, 브라질, 터키 등서 특허 소멸 예정
2030년까지 시장은 1000억원 달러(약 143조2000억원) 규모 예측
국내 기업, 투자와 혁신 전략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 필요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04 06:00   수정 2025.11.04 06:01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 전망.©IQVIA EMEA Thought Leadership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가 만들어낸 비만 치료제 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시장을 장악해온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위고비)의 특허가 2026년부터 차례로 만료되면서, GLP-1 전성시대의 주도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파마는 방어에 나섰고, 신흥 개발사들은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GLP-1 혁명 이후의 비만 치료제 시장-차세대 Multi-Agonist 시대의 기회와 전략’ 보고서를 통해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GLP-1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새롭게 열릴 비만 치료제 시장 변화를 이끌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및 라이선스-인으로 조기 시장 진입 △GIP·Amylin·GDF15 등 다중 기전 연구를 통한 차세대 포트폴리오 확보 △디지털 헬스·식이·행동 관리가 결합된 비만 관리 솔루션으로의 확장이다.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는 “GLP-1 특허 만료는 단순한 시장 균열이 아니라 산업의 세대교체 신호”라며 “약물 효능 경쟁을 넘어 제형, 기전, 서비스, 데이터가 결합한 종합 치료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이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42조9000억원)를 돌파했다. 2030년까지 시장은 1000억원 달러(약 143조2000억원) 규모를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타이드 ‘위고비’가 2024년 10월 출시 후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약 2000억원을 넘어서며 시장을 재편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세마글루타이드 점유율은 66%로, 기존 비만 치료제 시장 강자인 리라글루타이드 ‘삭센다’(9%)와 펜터민 복합제(7%)를 크게 앞질렀다.

2024년 2분기와 비교했을 때, 2025년 2분기에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펜터민 복합제(Phentermine+Topiramate)는 점유율이 22%에서 9%로 떨어졌고, 단일 성분 펜터민(Phentermine)은 17%에서 7%로 감소했다. 지방 흡수 억제제 오르리스타트(Orlistat)는 10%에서 4%로, 기타 경구 약물군(Others)도 13%에서 5%로 하락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중심으로 한 GLP-1 계열 약물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존 약물들의 수요가 급속히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매출 추이(단위: 10억원).©IQVIA National Sales Audit Q2 2025, Interim KHPA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독점권은 2026년부터 인도, 캐나다, 중국, 브라질, 터키 등 여러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소멸될 예정이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진입, 약가 인하, 보험 급여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비급여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오리지널 기업엔 위기지만, 후발 주자에겐 진입의 창이 열리는 셈”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경쟁의 초점은 효능을 넘어선 가치다. GLP-1 약물의 주요 부작용인 근육 손실과 위장관 문제를 줄이면서 장기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약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신약개발 기업 알티뮨(Altimmune)의 펨비두타이드(GLP-1/Glucagon)는 체중 감량 중 근육 손실 비율이 21.9%로, 세마글루타이드 39~45%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MASH(대사성 지방간염)나 수면무호흡증 등 동반 질환을 개선하는 복합제들도 새롭게 부상 중이다.

오리지널 개발사들도 반격에 나섰다. 노보노디스크는 고용량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보했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저분자 GLP-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내세워 시장 재편을 시도 중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은 생산 효율이 높고 제조 비용이 낮아 주사제 중심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일라이 릴리는 이미 270억 달러(38조6721억원) 규모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확정했다.

이 상무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10년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지금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투자와 혁신 전략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가올 차세대 비만 치료제 시대를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기업만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기업 중에서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디앤디파마텍, 케어젠 등이 GLP-1 계열 또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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