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트로델비(Trodelvy)'와 MSD(Merck & Co.)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병용요법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TNBC) 1차 치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결과는 TROP2 표적 ADC와 면역항암제가 해당 적응증에서 병용 요법으로 유의미한 임상적 이점을 입증한 최초의 3상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길리어드는 22일(현지시간), PD-L1 양성 전이성 TNBC 환자에서 트로델비-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키트루다와 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까지의 시간을 유의하게 연장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3상 임상시험인 ASCENT-04(Keynote-D19)에서 도출됐으며, PD-L1 양성 기준은 종양-면역세포의 결합 양성 점수(CPS) 10 이상으로 설정됐다. 이는 지난 2020년 키트루다-화학요법 병용요법이 해당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획득했던 동일한 기준이다.
길리어드 최고 의료 책임자인 디트마 베르거(Dietmar Berger) 박사는 “이번 결과는 항체-약물 접합체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전이성 유방암 조기 치료 단계에서 갖는 변혁적 가능성을 입증하는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ADC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은 비단 TNB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화이자와 아스텔라스의 넥틴-4 표적 ADC '패드셉(Padcev)'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진행성 방광암 1차 치료제로 FDA의 완전 승인을 받았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HER2 ADC '엔허투(Enhertu)'와 로슈의 '퍼제타(Perjeta)' 병용요법 역시 HER2 양성 유방암 1차 치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이번 ASCENT-04 결과는 트로델비에 있어 절실한 반등의 기회로 평가된다. 트로델비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Datroway', 중국 켈룬바이오텍과 머크가 공동 개발 중인 'sac-TMT' 등 경쟁 TROP2 ADC들의 시장 진입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소세포폐암 및 방광암 등 타 암종에서의 임상 실패로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길리어드는 “ASCENT-04에서 입증된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유의미한 개선은 트로델비-키트루다 병용요법이 PD-L1 양성 전이성 TNBC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밝혔다. 전체 생존기간(OS)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나, 병용요법군에서 초기 개선 신호가 포착됐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현재 길리어드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 당국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 치료 옵션에도 불구하고 PD-L1 양성 TNBC 환자의 절반 이상이 2차 치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번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는 더욱 주목된다.
시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ASCENT-04의 적용 대상 환자는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5개국(EU5) 기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트로델비의 매출 전망치를 2030년 최대 32억 달러로 예상했으며, 이는 현재 시장 컨센서스인 29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한편, 길리어드는 오는 6월까지 PD-L1 음성 전이성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ASCENT-03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수술 및 선행요법 후 잔여 침습 병변이 남은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조요법 임상(ASCENT-05)도 진행 중이다.
트로델비는 한때 길리어드의 항암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부상했지만, 최근 여러 임상 실패로 인해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HIV 치료제 및 사전예방요법(PrEP) 신약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그리고 아셀엑스와 공동 개발 중인 CD19 CAR-T 후보물질 '아니토-셀(anito-cel)'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