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소비광풍..5명당 1명 ‘둠 스펜딩’
관세정책 탓 미래 걱정 과소비로 해소..퍼스널케어 비축 25%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2-20 06:00   수정 2025.02.20 06:01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소비습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용어의 하나가 ‘둠 스펜딩’(Doom Spending)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지정학적‧정치적 위협, 기후위기로 인한 두려움 등으로부터 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들고자 새로운 것을 계속 구입하려는 소비습관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저축 대신 여행이나 명품 구매 등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을 일컫는 ‘둠 스펜딩’은 우리말로는 “파멸적 소비”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 미국민 5명당 1명 꼴로 현재 자신이 ‘둠 스펜딩’을 하고 있다고 밝힌 설문조사 결과가 18일 공개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민들의 정서가 읽혀지게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인해 과도하게, 충동적으로 상품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들의 속내가 오롯이 드러나 보이기 때문.

설문조사는 총 2,000명의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13일 여론조사 플랫폼 폴피쉬(Pollfish)에서 진행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로 미국민 5명 중 1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평소보다 씀씀이가 커졌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정보기업 크레디트카드닷컴(www.CreditCards.com)은 경제적인 요인들과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소비자들의 지출습관을 분석한 내용을 담아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미국민 10명 중 3명은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상품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42%는 식품이나 화장지 등을 비축하기 위해 구매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명 중 1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이후 대량구매(large purchases)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일까? 23%의 응답자들은 올해 자신의 신용카드 빚이 악화되거나 카드 빚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관련, 19%의 응답자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5%), 또는 다소 많은 양(14%)의 상품구매를 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29%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자신의 과도한 구매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밝혀고, 37%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음이 눈에 띄었다.

28%의 미국민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500달러 이상의 대량구매를 하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21%는 아직은 대량구매를 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답해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대량구매하고 있는 상품들로는 39%가 전자제품을, 31%가 가정용품을, 25%가 주택개조용품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22%)와 자동차(17%)를 꼽은 응답자들도 적지 않았다.

대량구매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 가운데 55%는 연말‧연초 홀리데이 시즌의 메리트를 활용했다고 답했고, 45%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자신의 대량구매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22%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고, 30%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22%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답했고, 26%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상반된 반응을 드러내 보였다.

크레디트카드닷컴의 존 이건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관세정책이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한번에 0.5~0.7%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고나세가 2025년 내내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정책이 미국민들의 소비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이건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소비자들이 구매습관을 재고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의 응답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일부 상품을 구매해 비축하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20%는 아직은 하지 않았지만, 곧 상품비축을 할 것이라고 답해 위기감이 전해지게 했다.

이에 비해 52%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상품비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초연한 태도를 드러내 보였고, 5%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비축할 상품으로는 76%가 상하지 않는 식품을, 72%가 화장지를 꼽았다.

49%는 의료용품을, 44%는 OTC(over-the-counter) 의약품을 언급했다.

심지어 21%는 정수기를 비축할 것이라고 답했고, 가정용품 또는 가전제품을 택한 이들도 23%에 달했다.

퍼스널케어 제품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25%에 달해 적지않은 비율을 차지했고, 15%는 총기류와 탄약을 꼽아 불안감을 반영했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답한 30%에 가까운 응답자들을 보면 3%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는 일부 상품만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고, 15%는 소수의 몇가지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달리 71%는 사재기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둠 스펜딩’을 하고 있다고 답한 20%의 응답자들로 시선을 돌려보면 5%의 응답자들이 확실히 최근들어 ‘둠 스펜딩’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고, 13%는 아마도 ‘둠 스펜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건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둠 스펜딩’의 한가지 문제점은 과소비를 조장하고 재정상태가 곤란에 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둠 스펜딩’은 신용카드 빚을 늘려 이자와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재정상태에 구멍이 뚤리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선의 소비는 대량구매든 소량구매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현금을 이용해서 하고, 최대한 이자 부담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이건 애널리스트는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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