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이 임상시험 현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글로벌에선 비대면 디지털 중심의 DCT(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분산형 임상시험)의 장점이 명확해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논의 상태에 머물러 있어 DCT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드림씨아이에스 강성식 전무는 최근 바이오헬스케어협회(회장 맹필재)가 주관한 교류회에 연자로 참석, 글로벌 의약품 개발 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화한 임상시험 현장을 소개했다.
드림씨아이에스(대표 유정희)는 의약품 개발의 초기부터 마케팅까지 전주기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CRO(임상시험 수탁기관)다. 현재 전 세계 51개국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강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임상시험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DCT에 대한 잠재적인 이점이 증명됐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활성화 및 환자·임상 참여자 단체(Patient·Participant Experiences)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변화했다”고 전했다.
DCT는 기업 및 병원 중심의 전통적인 프로세스와 방법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임상시험을 말한다. 즉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 병원에 매번 방문하거나 입원할 필요없이, 환자 자신의 집에서 약을 복용하고, 약에 대한 반응을 디지털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이다. DCT의 대표적인 강점으로는 신속성, 경제성, 신뢰성이 꼽히고 있다.
DCT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원 폐쇄 및 이동 통제가 이뤄진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활성화됐다. 실제 미국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DCT를 활용, 한 달 만에 3만여명에 달하는 인롤먼트(Enrollment, 임상시험 참여 등록)를 구축했다. 모더나는 DCT를 활용함으로써 임상 참여자 모집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일반적으로 100명을 모집하는 데 평균 7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DTC와 직접 연관되는 디지털의료기기 도입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많이 증가했다. 강 전무에 따르면 글로벌 100여개의 제약바이오 기업 중 66%는 임상시험에 생체인식센서(Biometric Sensors) 또는 웨어러블(Wearable)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3% 기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와 의사소통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다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빅파마의 60%는 임상시험에 재택 방문 및 유선 방식을 적용했고, 86%는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강 전무는 “임상시험에서 신속한 대상자 모집과 임상 참여율 유지는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직결된다”면서 “해외에선 DCT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는 현행 법률에 맞지 않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전무는 DCT 도입이 환자들의 주기적인 병원 방문 생략과 보고 체계 간소화로 환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킨다고 봤다. 특히 임상시험에서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병원에서의 제한된 약물 복용보다는 실생활에서의 약물을 평가할 수 있는 DCT가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드림씨아이에스 강성식 전무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온라인 화면 캡쳐)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임상시험에 최첨단 기술과 디지털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 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21년 5월엔 식약처를 필두로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탈중심화 임상시험 협의체’를 구성, DCT 규제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약 2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향과 계획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