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알레르기, 지지고 끓고 볶고 했더니 “극복”
호주 플린더스대학 연구팀 ‘임상ㆍ실험 알레르기’誌 게재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1-16 15:38   수정 2023.01.16 15:39


땅콩을 최대 12시간 동안 끓인 후 소아들에게 먹이면 알레르기 반응을 극복할(overcome)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지지고 볶고 끓고” 하는 일이 마냥 안 좋은 일만은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땅콩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있는 소아들에게 지지고 볶고 끓인 땅콩을 먹였더니 최대 80%에서 과민성이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州都) 애들레이드에 소재한 플린더스대학 및 南호주보건‧의학연구소(SAHMRI) 공동연구팀은 의학저널 ‘임상‧실험 알레르기’誌(Clinical & Experimental Allergy)에 11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끓인 땅콩을 사용한 경구 면역치료: 개방표지, 단일그룹 시험”이다.

플린더스대학 의학‧공공보건대학의 루크 E. 그제스코비아크 부교수가 총괄한 공동연구팀은 호주 채널 7 아동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가운데 끓인 땅콩과 볶은 땅콩을 순차적으로 먹이는 방식이 소아들의 땅콩 알레르기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테스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앞서 같은 대학의 팀 채터웨이 부교수 연구팀이 땅콩에 열을 가한 결과 단백질 구조와 알레르기 유발특성에 영향을 미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감소할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한 연구사례에 주목하고 착수되었던 것이다.

그제스코비아크 교수는 “땅콩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소아들의 과민성을 없애기 위해 소량의 끓인 땅콩을 먹인 뒤 알레르기 반응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양을 늘린 볶은 땅콩을 먹여 저항성(tolerance)을 높이는 요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경구 면역치료’(oral immunotherapy)로 불리는 이 같은 다단계 요법을 진행하기 위해 연구팀은 평소 땅콩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6~18세 연령대 소아 70명을 대상으로 최대 12시간 동안 끓인 땅콩을 12주 동안 공급했다.

그 후 2시간 동안 끓인 땅콩을 20주 동안 공급했고, 이후에는 볶은 땅콩을 20주 동안 섭취토록 했다.

이 2단계 요법은 매일 12개까지 볶은 땅콩을 먹이더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 같은 가설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진행됐다.

실제로 시험을 진행한 결과 피험자로 참여한 소아들 가운데 80%(70명 중 56명)가 목표로 한 용량의 땅콩을 공급했을 때 과민성이 나타나지 않았음이 눈에 띄었다.

2단계 요법과 관련한 이상반응은 61%(70명 중 43명)에서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같은 이상반응으로 인해 시험에서 중도에 배제된 피험자 수는 3명에 불과해 이상반응이 경도 수준에 그쳤고,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을 나타냈음을 뒷받침했다.

그제스코비아크 교수는 “서구 각국 아동의 경우 최대 3%가 땅콩 알레르기와 씨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상기할 때 이번 임상시험이 예상치 못했던 땅콩 노출로 인한 위험성을 낮추고, 땅콩 알레르기를 앓는 소아 뿐 아니라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해 줄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어 나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뒤이어 “이번 임상시험에서 끓인 땅콩이 땅콩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소아들을 치료할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임이 입증됐다”며 “끓인 땅콩과 볶은 땅콩을 상당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먹이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제스코비아크 교수는 아직까지 호주에서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가 허가를 취득한 전례가 부재한 상황에서 보다 많은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말로 섣부른 기대감에 경계를 표시했다.

불운하게도 경구용 면역요법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이지 못한 만큼 여전히 이 같은 치료제들의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단계에 있고, 치료제에 대해 사람들이 나타내는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연구 또한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소아 알레르기 전문의 빌리 타오 박사가 협력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타오 박사는 지난 1990년대에 이루어진 유사한 성격의 연구사례에 주목하고 최근 10년 동안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과민성 제거방법을 개발하는 데 올인해 온 연구자이다.

그제스코비아크 교수는 “이번 연구에 힘입어 경구 면역치료가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요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한층 무게를 실을 수 있게 됐지만, 추후 좀 더 대규모의 후속연구를 통해 확증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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