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트렌드 변화…게임 치료제 ‘인데버RX’의 의미
코로나19 맞물려 비대면 수요 증가…효능 못지않게 ‘재미’ 구현해야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8-24 06:00   수정 2020.08.24 07:21
FDA가 모바일 게임 ‘인데버RX(EndeavorRX)’를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로 승인함으로써 향후 치료제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예고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7+8월 호에서는 ‘게임, 디지털 치료제가 되다’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실렸다.

디지털 치료제란 말 그대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치료기법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포함되는데, 게임 역시 치료 효과가 있는 기술 수단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인데버RX는 미국의 스타트업 아키리 인터렉티브 랩스(Akili Interactive Labs, 이하 아키리)가 개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인데버RX는 아동의 ADHD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았는데 이는 게임이 유발하는 고도의 집중 상태를 ADHD의 치료에 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존재한다. 이미 2010년 독일 헬스케어 업체 ‘바이에르 다이어베이츠 케어(Bayer Diabetes Care)’가 게임 콘솔 닌텐도 DS(Nintendo DS)와 결합해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 ‘다이어젯(DIDGET)’을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단, 다이어젯은 닌텐도 DS 전용 게임인 엠 다운즈(Em Downs)와 함께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게임이 FDA의 승인을 얻은 최초의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6월 FDA의 승인을 획득한 인데버RX는 iOS 운영체제 버전의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됐으며, 적응증은 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다. 이는 FDA가 사상 최초로 게임을 치료제로 인정한 사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미국 아동 중 9.8%가 ADHD 진단을 받았다. 미국의 아동 10명 중 1명꼴로 ADHD를 앓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20년 전과 비교할 때 약 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의 ADHD 진단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아키리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은 미국 8~12세 사이 아동 중 특별한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348명을 대상으로 인데버RX 게임을 4주 간 주당 5회, 하루 25분간 플레이하도록 한 결과, 시험대상의 36%에서 주의력변수시험(TOVA) 점수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FDA의 승인이 인데버RX만으로 아동의 ADHD를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FDA에 따르면, 해당 게임은 ADHD의 다양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의 ‘일부’로 사용해야 한다.

2020년 7월 기준으로 인데버RX의 앱 설명란에는 ‘사용에 앞서 전문가에 문의’해야 하며, ‘이 게임이 ADHD 치료 약물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FDA 승인 이후 인데버RX는 유럽연합의 CE 마크(CE Mark)도 획득했다. CE 마크는 유럽연합의 건강∙안전∙환경 및 소비자보호 법률 규정에 속하는 제품 중, 유럽규격(EU Directive)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한 제품에 부여된다.

이에 아키리 측은 인데버RX 사업과 관련해 당분간은 미국 시장에 집중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점도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FDA가 인데버RX에 승인을 내준 배경에 코로나19가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의료 인력과 자원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투입됐고, 환자들마저 감염에 대한 공포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상황 속에서 FDA가 그 대안으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FDA가 인데버RX에 대한 승인 발표를 하며 ‘비약물 치료법의 옵션으로서 인데버RX와 같은 디지털 치료법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모든 종류의 환자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 혁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단, 전문가들은 향후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는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재미’에 있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의학적 효능을 담아내는 것 못지않게 게임 본연의 재미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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