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택 공급지로 꼽히는 수도권 국공유지 및 유휴지에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서울무역전시장(SETEC)이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하면서 SETEC 존폐 여부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모색하고자 하는 정부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SETEC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SETEC의 대지면적은 4만㎡로 인근에 위치한 5만㎡ 규모의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와 연계해서 개발할 경우 총 면적 9만㎡을 형성하면서 7000채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SETEC은 국내외 유력 전시·컨벤션 행사 유치라는 경쟁구도 관점에서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게 밀리고 있던 상황이다. 예로 작년의 경우 일주일에 1~2회 정도 내수 중심의 중소규모 전시 행사를 유치하던 SETEC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맞아 사실상 개점휴업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의 전시·컨벤션 행사에서는 제품 및 정보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만나 가치 창출이라는 기회를 모색하는 대면 활동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거대 암초가 등장하면서 전시산업의 패러다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대면에서 비대면 전환이라는 뉴노멀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침체된 전시업계의 활성화 및 SETEC 가동률 제고를 위한 노력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산업진흥원(SBA)은 내년도 SETEC 정시대관 모집을 실시한다고 최근 알렸다. SBA의 의도는 현재 제로에 가까운 SETEC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동시에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 발굴을 통해 전시업계의 위기 극복과 활기를 도모하는데 있다.
하지만 SETEC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으로 인해 미래 전망이 더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코엑스에서 옛 한전부지인 현대차 GBC를 거쳐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 규모의 부지에 4대 핵심산업시설과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4대 핵심산업시설에는 국제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이 포함된다. 여기서 잠실운동장 일대는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 사업이라는 명칭 아래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의미하는 MICE 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잠실 복합지구 개발사업은 올해 5월 적격성조사를 통과했다"며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추진동력이 다소 둔화된 점은 있지만 코엑스와 SETEC처럼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기존의 전시·컨벤션 시설은 언택트라는 뉴노멀에서도 그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