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해 노출 안된 성사 많아-올해 생존 위해 필수불가결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1-04 06:48   
‘M&A 빅뱅’ 올해는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에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미FTA,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 등으로 대변되는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약업계가 대형화를 이루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인 환경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내내 제약계를 관통한 약가인하로 제약사, 특히 중소 제약사들은 살아갈 길이 더욱 힘들어진 형국. 상위제약사들도 국내 시장에서 깊게 뿌리박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대형화가 필수적이다. 도매업소들도 영세난립으로 대표되는 전근대성을 탈피하고,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인수합병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M&A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올해부터 향후 2년 내 수 많은 중소제약사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2010년도에는 전 제약계가 대형 제약사 수십 개로 압축될 것이라는 진단도 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인수합병의 특성상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내부적으로는 이미 진행돼 사실상 성사된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며 인수합병 얘기가 거론된 곳 중 상당수는 마무리됐다는 것.

한 인수합병 전문가는 “대부분 회계 처리가 연말에 된다. 주주이동은 다음해에 시키는데 본인이 밝히기 전에는 됐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정 난 곳이 있지만 실질적인 이동은 올해 하기 때문에 올해 말 주주이동을 보면, 많은 인수합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난해 ‘300-400억대에서 1천억 인수 의사를 갖고 있다’ 등 얘기가 끊임없이 돌았다. 단순히 소문이 아니었고, 올해 이 같은 소문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제약계 도매업계 등 약업계에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화두’로 자리 잡았다는 것.

인수합병은 돈만 있고, 상대만 있으면 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인수합병 열풍에 편승해 껍데기를 갖고 하려고 하거나, 단순히 외부의 이목을 집중시켜 다른 목적을 얻거나 규모만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면  ‘백전 필패’라는 지적이다.

인수합병이라는 것이 다 털어놓고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이 평가해 해야 하는데, 껍데기만 갖고 좋은 가격을 받으려고 한 경우는 거의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실패한다는 것. 돈만 갖고 외형만 늘리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진단이다.

이 전문가는 “많은 문의가 오는데 얘기를 들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런 업체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껏 성사된 인수합병과 실패한 인수합병을 볼 때, 향후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제약사들의 인식과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지난해 이전까지 진행된 제약사 간 인수합병은 상당 부분이 정상적인 인수합병이었다기 보다는 어느 한쪽이 무조건 필요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예가 많았다. 이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며 “제약사들이나 도매업소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진정으로 윈-윈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수합병을 하려면 오너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너들이 ‘내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친 예도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오너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고, 특히 2,3세 경영에서는 의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됨)

업계에서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수합병 당사자들이 윈-윈을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확고한 가치 판단 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선결조건으로 꼽고 있다.

다른 인사는 “가치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없다. 매출채권 등이 상당히 흐리멍텅하다. 예로 받을 돈이 300원인데 확인해보니 100원인 식이다. 파는 곳은 높게 책정하고 인수자와 피인수자 간 가격산정도 다르다. 어느 곳에 시한폭탄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며 “밸리데이션 cGMP 등 제약이 나갈 방향을 확고히 인지하고 자신 있게 들어갈 각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수합병 후 채권채무를 다 갚아준 후 별 볼일 없는 인수합병이 된 예가 상위 제약사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여기에 인수합병 당사자들이 명심해야 할 조건 하나. 회사의 가치를 늘려서도 안 되지만, 회사가 가진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우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풀리는 경우야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피인수자도 자기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진단하고 찾아서 인수자에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래야 후일 쌍방간에 문제의 소지가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인사는 “이런 것이 충족됐을 경우 뭉치는 경우에도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외형만 키운 다고 부실한 곳끼리 모이면 하나마나다. 자기제품이 없이 남의 것만 갖고 있는 회사끼리 뭉치거나 외형만을 위해 뭉치면 헛수고다. 자동차 등 타 업계에서는 둘이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데 인수합병 열풍이 인 지난해 이전까지 약업계는 이렇지 못했다. 특성이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내놓고 상대방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인수합병은 직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확고한 인식을 갖고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수합병은 약업계 업체들에만 국한한 일인가. 업계에서는 인수합병이 제약사와 도매상 간 일 만은 아니라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병원에서 제약사와 도매상을 인수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실제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오리지날 약이 아닌, 제네릭 약(주사제 등)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도매상을 인수, 직접 생산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약업계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이런 요건들이 제대로 갖춰지거나 걸러지며 인수합병은 제약계에 큰 변혁을 갖고 올 정도로 활발히 논의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쟁력 강화, 생존 등도 있지만 규모가 중요시해지는 약업계 환경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른 M&A. 한미 FTA,  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 시대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한 주요한 대안으로서 인수합병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얼마나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이루느냐는 제약업소 및 도매업소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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