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재고약 시스템상의 문제
정책·제조·유통 과정서 발생 구조적 부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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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3-30 14:57   수정 2006.09.20 18:18
▲ 하영환(대한약사회 상근이사)
의약분업 이후 약국가에 불용재고약이 해마다 쌓이고 있다. 조제용의약품에 국한하여 발생하는 약국가의 개봉 불용재고약은 약사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즉 약국가는 필요량이상의 의약품을 구매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역으로 표현한다면 궁극적으로 제약회사가 필요량 이상의 의약품을 약국가에 판매하면서 큰 이익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봉 불용재고약은 현재의 각종 의약품정책이 낳은 구조적 부산물로서 국가적으로는 귀중한 의약품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특히 개봉상태의 불용재고약은 처방전에 의한 처방조제 외엔 달리 처리할 방도가 없기에 유효기간이 지날 경우 곧바로 폐의약품(???品)으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들어 가정 등에서 버려지는 폐의약품(???品)의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약국가의 개봉 불용재고약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는 각종 의약품정책 개선이 조기에 이뤄져야 하겠다.

이 글은 개봉 불용재고약을 발생시키고 있는 각종 원인이 의약품의 생산과 유통 허가시스템에도 기인하는바 그것을 환기해보고자 적었다.

불용재고약 발생 원인
의약분업 이후 약국가의 불용재고약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판매용 일반의약품이 유효기간을 지난다든지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약국에서 선입선출 재고관리를 통해 미연에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이 경우의 불용재고약이 발생했다면 특별히 유효기간이 짧게 남은 의약품 공급 사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발생 책임은 해당 약국에 있다 할 것이다.

둘째 조제용의약품의 개봉 불용재고약 발생은 의약분업이후에 나타난 특이한 경우로서 발생 책임이 약국에는 전혀 없으며 의약분업제도와 관련해서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시·군·구의사회의 처방의약품 목록 미제출·대체조제 사후통보의 어려움·의사들의 잦은 처방 변경 등이 원인이다.

허가·제조·유통시스템상의 이유
불용재고약이 의약분업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이유로 의약분업제도에 모든 불용재고약 발생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분업 제도 내에서만 원인을 찾는 것은 단지 의약품 처방과 조제·투약 과정에만 주목하는 것으로 각종 허가·제조유통과정에서 숨어있는 원인은 간과하는 것이다.

불용재고약 발생 원인은 한국제약산업과 의약품유통산업 그리고 정부의 허가·제조·유통시스템에 고루 녹아 있다.

이미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된 상태이다. 카피품목 생산 위주의 영세한 제약회사가 난립하고,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의약품도매상 창고면적 규제가 사라진 결과 영세도매상 또한 난립하면서 제약회사와 의약품도매상의 이원적 유통구조 속에 의약품판매 영업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의약분업 이후에도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용재고약의 발생 원인을 허가·제조·유통 과정에서 찾자면 의사들의 잦은 처방변경 행위와 필요한 만큼의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된 제도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의약품 품목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급여의약품의 품목수가 많은 것이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신규의약품의 제조 및 수입업자가 식품의약품안정청장으로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거나 품목신고를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험급여대상 여부의 결정을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전문평가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은 신청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요양급여대상 여부 및 상한가를 결정하여 고시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일부 비급여 대상으로 정해진 의약품을 제외하고는 제조·수입 허가를 받은 모든 의약품을 원칙적으로 보험급여대상에 포함시키는 급여제외목록(negative list)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결과 품목허가나 품목신고만을 하고 제조되지 않는 서류뭉치상의 유령의약품도 상당할 뿐 아니라 동일성분·동일함량·동일제형의 의약품이 수십군데 심지어는 백여군데 이상의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의약품들이 대단히 많은 실정이어서 주요 국가들과 대비된다.

보험급여의약품을 비용효율적인 의약품으로 품목 수를 대폭 축소시키면 제약회사로 하여금 비용효율적인 의약품의 제조에 전력을 쏟게 하고, 소위 품목도매상의 영업 대상품목 자체를 줄이면서 의사들의 잦은 처방약 변경행위도 일정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의약품도매상의 시설기준이 규제개혁 차원에서 없어지는 바람에 영세한 의약품도매상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특정제약회사와 연결된 품목도매상들이 대거 출현하여 리베이트 제공방식의 영업행위가 만연하고 있기에, 의약품도매상의 시설기준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이 확립하여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선진물류를 통해 안전한 의약품의 공급 및 물류비용 절감을 꾀해야 한다.

셋째 의약품 포장단위를 제약회사 자율적으로 정하여 공급하다 보니 경제성을 이유로 덕용포장 위주의 생산을 하는 제약회사들이 많은 점이다. 이로 인해 약국은 필요이상의 의약품을 공급받게 되고 이에 비례하여 불용재고량의 발생은 비례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다행히 이 부분은 작년 10월 7일 약사법시행규칙이 개정되고 올 10월7일부터 낱알모음 등 소량포장단위 생산이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포장단위별 정확한 생산실적 보고 사후관리 방안이 반드시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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