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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기화한 비상진료체계 여파로 미뤄졌던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절차가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는 최상위 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존 44곳에서 60곳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중증 환자 최종 치료를 위한 ‘배후 진료 역량’을 중점 평가해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와 하위 응급의료기관의 연쇄적 공백 등 현장에 얽힌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제도의 안착을 좌우할 전망이다.
15일 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올해 11월 1일을 지정일로 하여 향후 3년간 적용될 새로운 응급의료기관 평가 및 지정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완료됐어야 할 사안이나, 10월 무렵 비상진료 체계가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서 현장의 피로도와 평가 준비 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정을 조정한 결과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순으로 평가를 진행하며, 이번 재지정을 통해 무너져가는 지역 필수의료 및 응급 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대폭 확대다. 이는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라, 각 응급의료기관이 본연의 기능에 걸맞은 실질적 진료 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송 과장은 “지난 2월 입법예고된 시행규칙에 따라 권역 및 지역센터 기준이 조정됐다”며 “권역센터는 최상위 진료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그에 맞는 인력과 역량을 갖추라는 것이 이번 재지정의 가장 큰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온 중증 환자가 초기 처치에 그치지 않고, 수술과 중환자실 입원 등 최종 치료까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는가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과거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중증 환자를 얼마나 수용하고 치료했는지 따지는 ‘정량 평가’와 향후 인력 충원 계획, 진료 프로세스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정성 평가’가 병행된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 배후 진료 역량 부족에 있다는 뼈아픈 반성이 반영된 조치다.
이번 재지정 시점을 11월 1일로 못 박은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포석이다. 대형 병원들의 생존과 직결된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는 해당 병원이 권역센터나 지역센터로서 응급 및 소아 환자 진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지가 가점 형태로 강력하게 연동돼 있다. 권역센터 지정을 놓치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에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송 과장 역시 “평가 결과가 상급종합병원 최종 결과에 반영되어야 하므로 관련 부서와 일정을 긴밀히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생활권 내에 복수의 권역센터가 지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병원 간 중증 응급 진료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현실적인 고민거리가 도사리고 있다. 권역센터가 60곳으로 늘어나면 기존 우수 지역센터들이 권역센터로 승격하게 된다. 문제는 그 빈자리다. 승격된 기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위 단위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지역센터로 올라오게 되면, 결국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를 지탱하던 지역 거점 단위에서 심각한 의료 공백이 체감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전문의 블랙홀’ 현상도 우려된다. 한정된 응급의학 및 배후 진료 전문의들이 더 나은 대우와 인프라를 찾아 신규 권역센터로 대거 이동할 경우, 하위 기관의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과장은 이에 대해 “수도권이나 광역권은 충분하지만, 의료취약지 등 지역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역량이 부족한 취약지 의료기관을 계속 끌고 갈지, 원칙대로 정리할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권역센터 확대로 인한 인력 보완 문제도 시차를 두고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진행할 예정이며, 시·도 지자체와 실무적인 조율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프라 확충에 걸맞은 보상 체계에 대한 우려에 정부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권역센터 기준 연 최대 6억 원의 평가 지원금과 더불어, 건강보험 수가 가산 및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등을 통해 재정적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단순히 응급실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기관 역량에 맞는 중증 환자를 적극 진료한 기관에 사후 보상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수천억 원을 투입해 응급의료 생태계를 중증 환자 위주로 재편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은 ‘국민의 의료 이용 행태 변화’에 달려있다.
송 과장은 “현재 지역센터의 경우 법적 인구 기준만 보면 적정 개수보다 과잉 지정된 측면이 있어 단순히 기관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권역 및 지역센터를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인프라를 강화하는 만큼, 경증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을 막고 취지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반드시 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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