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첨단재생의료 고위험 임상연구를 통해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가 완치됨에 따라 정부가 임상연구 대상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생소한 기술인 만큼 안전성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심의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 난제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김영학(사진) 첨단의료지원관 재생의료정책과장은 12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첨단재생의료 지원사업의 제1호 고위험 임상연구 환자는 지난해 봄 완치됐고, 이후에도 2명의 환자가 더 치료받았다”며 “현재는 5명에게 투약 계획이 있으며, 여기에 5명을 더 추가해 총 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진행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임상시험단계로 가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단계를 밟는다"면서 "2026년까지 연구계획이 있는 만큼 10명에 대한 투여결과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고위험 임상연구로 2021년 1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와 식약처의 제1호 고위험 임상연구로 의결 및 승인을 받은 건이다. 서울대병원은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지난해 2월 28일 18세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했으며, 한 달 후인 3월 28일 진행한 골수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투여 대상자의 완치가 확인된 만큼, 이를 토대로 식약처 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달 2일 국무총리 주재의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을 바이오헬스 7대 핵심분야 중 하나로 규제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재생의료기술 발전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 내 첨단 바이오의약품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적으로 고위험 임상연구 심의절차를 개선해 심의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가칭)재생의료시술 도입과 임상연구 대상 질환 확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 검토‧심의‧의결 후 식약처가 검토‧승인하지만, 향후엔 연구자 동의 시 위원회와 식약처 검토를 동시 개시하는 안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식약처 고시 초안은 지난 2월 행정예고돼 현재는 마지막 부처협의단계에 있다. 정부는 관련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 10일부터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 35개소, 종합병원 25개소, 병원 4개소 등 64개소가 지정됐지만, 이번 신청 대상은 의원급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여기에 임상연구 기반을 갖춘 ‘임상시험 실시기관’도 희망 시 ‘조건부 지정’을 받아 단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복지부에서 실제로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을 운영해 보니 요건이 임상시험실시기관보다 강화된 수준이어서 병원급 기관도 준비가 쉽지 않았다. 의원급으로 확대해도 아주 많은 의료기관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김 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제도 문의가 꾸준히 있었고, 의원급이라는 이유로 진입을 막는 것보다는 의료법 제3조에서도 조산원을 제외하고는 다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기준을 병원급과 똑같이 엄격하게 하면 사후관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깐깐하게 절차를 거치는 만큼 의원급 기관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자문단 30명 정도가 현장점검을 통해 꼼꼼하게 관리한다고 했다.
IRB(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의원급은 IRB 협력사업이 있어서 공용으로 구성했고, 병원급 중 3곳은 IRB가 충족되지 않아 위탁한 상태다. 의원급에선 신체 재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문의가 많다고 했다. 다만 1년 정도 운영을 해봐야 의원급 기관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시장전망기관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은 5~6%, 첨단바이오의약품은 15~2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저출산‧고령화‧기후변화로 인해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보편적 치료비 확대와 기술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만간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위험 임상연구 심의는 전문가 기구인 첨단바이오 심의위원회가 있는데, 여기서 적합 의결을 받으면 식약처가 승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다만 이 과정에서 심의위와 식약처가 요구하는 실험이나 자료가 달라 추가적인 자료제출에 대한 예상치 못한 요구가 있어 부담이라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고위험 임상연구가 제출되면 심의위와 식약처의 동시 검토를 착수토록 해 2개월 정도 심사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