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진료실’ 만든다더니…사실상 ‘용두사미’
반의사불벌 제외‧특정범죄가중처벌 적용, 장기과제로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4-06 06:00   수정 2023.04.06 06:01

정부가 의료현장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TF’를 지난해 구성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년)’에 담긴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 조성’ 역시 대부분 응급실과 관련한 내용으로 그쳐, 의료계가 가장 요구하고 있는 반의사불벌 제외와 특정범죄가중처벌 적용과 관련한 내용은 장기 과제가 된 모양새다.

지난 5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복지부와 의료계가 함께 구성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TF’는 관련 매뉴얼에조차 의료인 폭행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지 못한 채 논의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거듭 요구했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와 관련한 쟁점은 보건의료정책과와 법무부가 논의 중인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실질적인 협의 진행이 안되고 있어 TF팀도 해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병원협회에 응급실 폭행과 폭언 관련 대응 매뉴얼을 전달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매뉴얼에도 사실상 폭행을 차단할 수 있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6월 경기도 다보스병원과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사 살인 미수와 방화 미수 사건 등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와 손잡고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TF’를 구성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 관련법 개정안 3건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등을 폭행‧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 시 처벌하고 있으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가장 요구하고 있는 반의사불벌 제외와 특정범죄가중처벌 적용에 대해 보건의료정책과와 법무부가 논의하고 있지만, 법무부 측에서 장기과제로 넘긴 것 같다”며 “병협에 보낼 매뉴얼 역시 병원계가 그동안 해왔던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전한 진료환경’ 논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응급실’이지만,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담기면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조차 적절치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TF에서 의협과 병협이 제안한 내용 중 비중이 큰 부분은 법무부가 중장기 대책으로 다루고 있고, 응급실과 관련한 내용은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TF가 내놓을 만한 성과는 없어진 셈이다.

그는 병원협회에 전달할 매뉴얼에 대해서도 “기존에 병원에 있는, 안내 팜플렛에 나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해 실효성 논란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역시 아쉽다는 반응이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TF에 2차 회의까지 참석했으나 이후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나름 의지를 가지고 TF를 시작했는데 타 부서에서 막히는 상황이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 이사는 “법무부서는 기본적으로 법적용 대상과 관련해 국민 형평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조금이라도 다르게 처우가 된다 싶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장기과제로 넘어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와 관련해서는 “의사 특혜를 원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보호를 위해 하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더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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