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저성장 시대, 필수의료‧지출관리 ‘수직적 보편성’ 달성 필요”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 필수의료 급여‧비급여 구분없는 폭넓은 보장 강조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4-05 06:00   수정 2023.04.05 06:01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보장 체계 역시 전면적 대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성장 저출산 시대에 도래한 만큼 필수의료 중심으로 폭넓게 보장하는 ‘수직적 보편성’이 요구된다는 제언이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많은 문제들이 코로나19 대응에 빨려들어갔다”며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과 의료부양비 악화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재훈 교수는 “과거 우리가 추구하던 건강보장 개념은 경증이든 중증이든 일정한 비율과 범위만큼 서비스를 급여화해주는 수평적인 보편성이었다”며 “저출산과 저성장의 미래에는 수직적 보편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직성 보편성은 감염병처럼 국가의 필요나 당면한 위기 대응, 중증‧외상 등과 같은 필수의료에 있어서 급여‧비급여 구분없이 폭넓은 보장을 해주되, 경증이나 의료보장 필요성이 감소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히 보장을 줄이는 개념. 정 교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이미 의료부양비는 급격히 악화됐고 지출관리와 필수의료에 있어서는 수직적 보편성을 위주로 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2020년 의료부양비 증가는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거의 유사한 추세를 보였으나, 이후 3년간 코로나19라는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 사이 그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건강보험료율 증가추세보다 의료부양비 증가폭이 더 커지면서 올해 2023년은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불투명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료비 관점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온 만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부양비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비용을 더 많이 거둬들인다 해도 지출관리가 없다면 전체적인 수지는 맞지 않을 것”이라며 “지출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비급여나 실손보험에 대한 조정 작업이 필요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보편적 보장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팬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호흡기 바이러스와 관련 질환 발병률이 크게 감소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2020년과 2021년 전체 의료비용이 절감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보건의료의 철의 삼각’이라 부르는 국민의료비(코스트), 의료의 질(퀄리티), 접근성(액서스)를 모두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실제로 가능했던 이유는 국내 거시경제 규모의 급격한 성장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전체 의료비 증가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고, 그 상황이 팬데믹 직전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팬데믹이 정말로 놓쳤던 문제들, 저출산과 저성장, 고령화 기조가 보건의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과, 노인 인구 의료비가 유소년 인구의 경우보다 5.5배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제적 악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