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 고혈압‧당뇨 환자 6명 중 1명, ‘미충족 의료’ 경험
보건사회연구원 “非만성질환자보다 현저히 높아…일부 환자, 외래진료 미루거나 취소”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4-14 06:00   수정 2022.04.14 06:40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고혈압·당뇨병에 대한 외래진료서비스 이용.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약 20%를 밑도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병원 진료와 약 처방을 회피‧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의료 이용 수용성이 저하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422호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질환 관리와 미충족 의료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020년 시작돼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국민의 의료 이용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약국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은 환자의 의료 이용 수용성을 저하시켜 이들이 진료를 회피‧연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사연은 만성질환자가 질환 관리를 위해 의료 이용을 지속할 필요가 있음에도 감염병 유행 기간 의료서비스 수요를 줄이기 어려워 미충족 의료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미충족 의료는 대상자가 원하거나 의료 전문가 기준에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했다면 예방‧경감‧제거될 수 있는 질병 상태 또는 불능 상태인 경우다.

이에 따라 보사연은 지난해 8월 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고혈압‧당뇨병 환자 500명을 포함해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미충족 의료 경험, 건강 수준, 질환 관리 등을 조사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을 막기 위해 진료의 연속성과 치료 순응이 필수적인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미충족 의료 현황을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고혈압 외래 진료를 받은 고혈압 환자 406명 중 8.1%는 고혈압 관리를 위한 외래 진료를 받지 않거나 연기한 적이 1번 이상 있었으며, 당뇨병 환자 187명 중 5.4%는 당뇨병 관리를 위한 외래진료를 받지 않거나 연기한 적이 1번 이상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혈압 외래 진료를 연기‧회피한 고혈압 환자 33명 중 11명과, 당노병 외래 진료를 연기‧회피한 당뇨병 환자 10명 중 5명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래 진료를 받지 않거나 연기했다고 응답했다. 

2020년 정부는 환자와 의료진의 감염병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 대리 처방을 허용했으나, 고혈압 환자의 4.2%, 당뇨병 환자의 3.2%만이 비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약 복용의 경우 고혈압 환자의 92.6%, 당뇨병 환자의 96.8%가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동일하게 고혈압‧당뇨병 처방약을 복용했으며, 5% 내외의 환자가 약 처방 기간을 늘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 환자의 97.6%, 당뇨병 환자의 90.4%는 코로나19 팬데믹 전과비교해 고혈압‧당뇨병 관리가 좋아졌거나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미충족 의료 경험에 대한 조사에서는 고혈압‧당뇨병 환자 90% 이상이 고혈압‧당뇨병 관리를 위한 외래 이용을 지속했으나, 6명 중 1명은 의과에 대한 미충족 의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의과 17.1%, 치과 19.2%로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의 12.1%, 15.3%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필요한 병의원 치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한 주요 이유로는, 의과에 대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62.7%, 치과에 대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환자의 54.3%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반면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이 의과 병의원 치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가 53.4%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가 52.1%였다. 

또한 의과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10.8%, 고혈압‧당뇨병 외 만성질환자의 9,8%가 입원‧수술서비스에 대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사연은 코로나19 유행기간에 고혈압‧당뇨병 진료와 처방약 복용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환자의 17.1%는 의과 미충족 의료를, 19.2%는 치과 미충족 의료를 경험했다고 답함에 따라 진료 외 합병증 검사와 치료, 치과 진료 등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62.7%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우려해 필요한 병의원 치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 영국‧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유행기간에 대부분의 의료기관 외래서비스가 정상 운영됐음에도 환자의 심리적 불안 요인이 의료 이용 수용성에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고 봤다.  

보사연 관계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미충족 의료는 부적절한 질환 관리로 인한 뇌졸중 등 합병증 발생, 건강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처방약 복용만으로는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만큼 만성질환자가 적극적으로 질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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